20180101
#20180101
오랜만에 글(원고가 아닌 그냥 글)이란 걸 끼적여본다. 글을 쓰는 건 참 어렵다. 윤동주 시인은 시가 쉽게 써져서 부끄럽다고 했는데 나는 부끄러운 것도 아닌데 글이 술술 안 써진다. 매주 라디오 대본을 준비하고 이래저래 기고해야 할 원고를 쓰다 보니 글이란 것이 즐거움보다는 일로써 다가오기 때문일까. 새하얀 빈 워드파일에 까맣게 깜박거리는 커서를 바라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오늘은 또 이 흰 지면을 무엇으로 채운담.
때로는 할 말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되고 때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고민이 앞선다. 블로그에 일상을 정리하고도 싶고 연재하고 싶은 글들도 많은데 마음은 그런 여유를 허락치 않는다. 아마 여건보다 마음이 더 큰 거 같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는 가벼운 일상만 가볍게 올라간다. 그러나 실상 그 사진 하나 올리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든다.
그 중 팔할이 놀고먹는 얘기다 보니 인생 즐겁겠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생 살아봐서 알겠지만 세상에 즐겁기만 한 사람도 없고 괴롭기만 한 인생도 없다. 다들 고만고만한 걱정거리와 소소한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비우고 채우는 거지. 새해에도 큰 기대와 큰 욕심을 바라기보다 고만고만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이를테면 로또랄지, 비트코인이랄지(사지도 않으면서)- 행운을 만나기도 했으면 한다.
2018년 1월 1일. 새해 첫 날도 까맣게 저물어간다. 새해가 되면 새 다이어리에 차곡히 세웠던 계획과 다짐들이 올 해는 딱히 써내려 가지지 않는다. 거창한 계획과 포부보다는 새해에도 큰 일 없이 무탈하게 작은 파도들을 잘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그나저나 올 여름에는 파도를 잘 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