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스터디 #2015년 8월 29일
방송 콘텐츠의 소비 변화는 '1인 미디어'가 주된 축이 돼서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열린 한 포럼에서는 1인 미디어의 시대를 '한 줌 갑의 눈치를 보지 않는 크리에이터들의 시대'라고 일컫기도 했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콘텐츠들이 때때로 방송사, 광고주 등 여타 다른 환경에 의해 간섭을 받거나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1인 미디어는 아침에 기획한 콘텐츠를 저녁에 방영할 수 있을 만큼 즉각적이고, 개인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내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와 큰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1인 미디어 시대의 대두는 '개인화된 사회'와 '모바일'의 역할이 크다. 1인 가구의 수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무시하지 못 할뿐더러 인터넷 네트워크로 관계를 맺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실질적인 관계는 개인화된 양상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외로운 마음을 인터넷상의 수많은 친구들과 노는 일에서 해소를 한다. 그 주된 놀이터 중 하나가 바로 1인 미디어 콘텐츠들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1인'의 모습들을 보고, 또 다른 '1인'들과 같이 채팅창, 댓글창 너머로 이야기한다. 또한, 외로움을 잊게 하는 버팀목, 항상 곁에 두는 스마트폰. 모바일을 도구로 1인 가구의 삶이 콘텐츠로 확장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상은 방송 콘텐츠에서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 할 수 있다. 콘텐츠의 신선한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는 기회지만, 꾸준히 방송 시간을 맞춰 끝까지 보는 충실한 시청자, 애청자들을 이끌어 내는 일이 어렵게 된 점에서는 위기라 할 수 있다. 또한 콘텐츠의 질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다양하고 창의적이면서 신선한 콘텐츠가 새로이 양산된다는 것에서 기회라 할 수 있지만, 공익성을 유지하면서 무게감 있고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콘텐츠는 점점 사그라지고 자극적이고 가볍고 키치한 콘텐츠만 생산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위기다.
그러나 라디오는 다르다. 기존의 드라마, 예능 등 여타 TV 콘텐츠의 방송들은 시청자들을 관중으로 삼는 'Show'의 형태라면, 라디오는 쇼의 역할을 넘어선다. 라디오는 청자들이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대화 상대'가 된다. 그리고 일방적인 송출 형식이지만 이를 통해 쌍방향적인 소통을 이뤄낸다. 보다 친밀하며 꾸준한 애청자들의 경우 때론 '가족적'인 성격을 띠기도 한다.
라디오의 변화된 소비 역시, 1인 미디어 '팟캐스트'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이 라디오 콘텐츠를 생산하고 방송할 수 있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 콘텐츠다. 대다수 사람들이 팟캐스트가 공중파 방송의 라디오를 잠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지만, 이는 기우라 생각한다. 팟캐스트는 보석이 흩뿌려진 바다다. 팟캐스트로 인해 재미나고 반짝이는 라디오 콘텐츠들이 수없이 쏟아질 수 있게 됐다. 방송사는 이 보석을 발견하고 다듬어서 보다 잘 보이는 곳에,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단 소리다. SBS와 같은 공중파 라디오국의 핵심적인 차별성은 전파를 가지고 방송을 송출한다는 점이고, 이것은 팟캐스트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세대를 아울러, 그리고 누구에게는 아날로그적으로, 더 큰 시장에 주목도 있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을 보유하고 있다.
방송 콘텐츠의 변화에 따른 기회와 위기를 넘어서, SBS 라디오가 고려해야 할 점은 그저 대체할 수 없는 공적 방송의 영역 즉 107.7Hz, 103.5Hz의 전파를 가지고서 경쟁자이기 전에 보석인 1인 미디어 콘텐츠를 다듬어 내는 것. 그리고 해왔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새 보석을 살려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