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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pr 11. 2024

무제

어제까진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런데 오늘 점심쯤 그 평화는 짓뭉개졌다.


남편이 오늘 점심에 나를 픽업해서 헬스장에 가자고했다.

나는 산책을 일찍 마무리하고 강아지를 씻기고 집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남편은 절대 먼저 전화를 안 한다. 이상했다.


사고가 났단다. 정확히말하면 사고는 아닌데 오토바이 타던 사람이 도로에 앉아 있고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단다. 그래서 헬스장은 못가게됐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바로 집앞에서 그러고 있다길래 헬스장 갈 채비는 일단 해서 내려갔다.

대치 상태였다. 남편이 말한대로 오토바이 운전수는 도로에 누워있었고 내가 쳐다보니깐 내 눈을 피했다.

누가봐도 아무데도 다친데가 없었다. 멀쩡하게 걸어다녔고 조금 시간이 흐르니 전자담배까지 꺼내 물더라.


남편은 경찰을 붙들고 본인은 잘못한게 없음을 이야기했다.

경찰은 귀찮아보였다. 굳이 그렇게 잘잘못 따지고싶으면 사건 접수를 하라며 그냥 편하게 갑시다라는 식의 보험회사 오면 처리하라는 말을 남겼다.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역시 경찰은 견찰인가 싶었다.

단한번도 경찰이 제대로된 대처를 하는 꼴을 본적이 없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내가 나서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여자한테 거의 뭐 한대 치겠다는 태도로 나오는 경찰이 보였다.

마스크를 써서 턱 부분은 가려졌는데도 나를 비웃는게 느껴졌다.

비웃냐 하니까 되려 적반하장으로 언성을 높이더라.

언성 높이지 말라니까 자꾸 내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개저씨들 특유의 자세를 취한다.

두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 얼굴은 대낮에 낮술한 얼굴처럼 벌개져서 한대 칠 기세로 몰아부치더라.


녹음기 틀까요? 하니 오히려 사진촬영을 하시겠단다.

나는 조용히 말했고 비속어 한마디도 한적이 없는데 상대방이 내 사진촬영을 왜 하겠단건가 싶었다.

옆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던 여경이 다가와서 나보고 무슨 관계냐 물었다.

"이 경찰분이 나한테 설명을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제가 당신한테 무슨 관계인지 알려드려야 합니까?"

라고 했다.


그러고선 재차 설명을 하길래 녹음기 틀고 녹음했다.


바로 앞에 서서 있는 경찰을 노려봤다.

눈을 안마주치더라. 못마주치는거겠지?


그 와중에 헐리우드 액션 연기 하던 오토바이 운전수는 구급차에 실려 가버렸고,

보험회사에서 사람들이 와서 블랙박스를 떼갔다.


상황 종결로 보였고 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경찰이 나에게 보인 태도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하면서 그 경찰 두명을 뒤쫓아갔다. 보란듯이 이야기했다. 그러고선 그 사람들은 경찰차를 탔고 나는 내 갈길을 갔다.

그러고 운동을 1시간하고 돌아왔다.


강아지는 털이 곱슬거렸다. 직모인데 샤워시키고 제대로 안 말려서 그런가 약간 부풀어오른 상태였다.

가만히 내 옆에 앉아서 내 손을 핥아준다.


살면서 참 벼래별 일을 다겪는다. 그치?

괜히 말을 붙인다.


언제까지 이런 더러운 꼴을 다 보면서 살아야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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