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편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는 토요일이다.
4월 1달간 거의 남편 외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없는데 특히 종로구로 이사오고 나니 더 심하다.
그래서 주말이 중요하다.
아침에 눈드자마자 용아맥으로 홍상수 신작을 보러갔는데 가는길이 꽤나 걸려 앞 부분 30분 정도를 놓쳤다. 영화는 꽤 괜찮았다. 심사위원상인가 수상했다고 하는데 각본, 배우의 대사가 많이 와닿았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 중 하나인데 이번엔 특히 연기가 좋았다.
어제 2번이나 토한 강아지는 말짱해졌다.
낙산공원 근처 테라스 카페에 가서 남편과 함께 책도 읽고 광합성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레드락 한 잔을 마셨고 남편은 레몬에이드를 마셨다.
레드락은 20대 초반에 대학 동기랑 이태원에서 자주 마시던 맥주 종류였다.
점심은 창신동 맛집이라는 태국음식점 밀림에 갔다.
푸팟뽕커리는 내 입엔 그저그랬으나 처음 먹어보는 카오쏘이는 아주 맛있었다.
해산물 육수인데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좋아하는 코코넛밀크가 많이 들어간 듯 했다.
강아지 목욕을 시키고 두번째 샤워를 마친 후 된장찌개를 끓였다.
남편은 곰팡이를 제거하겠다고 부산을 떨더니 별 효과를 못보고 내 옆에서 코를 골면서 잔다.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핑핑 놀기만 하는 나날인 나다.
이렇게 놀면서 30대 중반을 시작할 줄 몰랐다.
뭐 어쩌겠는가.
흐르는대로 살아야지.
알베르카뮈의 행복한 죽음을 드디어 다 읽었다.
이제 새로운 책을 시작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