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금지 모드

by Minnesota

퇴사하면서 자연스레 내 핸드폰은 거의 매일 방해금지모드이다.


첫째는 진동소리에 잠에서 깨고 싶지 않고,


둘째는 쓸데없는 전화/연락 등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고,


셋째는 사실은 그냥 기다리고 싶지 않아서다.


마지막 세번째 이유가 나의 방해금지 모드의 솔직한 이유다.


외롭거나 생각에 잠기게 되거나 답이 보이지 않으면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


그러면 평소에는 안 그러던 내가 괜히 누군가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온전한 나를 잃게 된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급한 연락을 받을 필요도 없고 업무적으로만 대화하는 사람의 전화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도 없어서, 그래서 방해금지모드를 해놓는다.


딱히 전화올 때도 없고 그래서. 그리고 그냥 누군가한테 급하게 기대고 싶지 않아서.


작년에 이맘 때 굉장히 힘들었다. (웃기지만 항상 힘들었다. 어떠어떠한 이유로.)


작년 이맘 때 누군가를 만났지만 좋아했지만 잘 안됐고 헤어졌다.


둘다 서로가 버거웠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도 누군가를 만났지만 그 사람과도 얼마 못가 헤어졌다.


그 때 한참 그 사람들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던 것 같다.


왜 그 땐, 방해금지모드 탓에 그 사람들의 연락을 못받았던 적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는 그 연락만 기다리며 허비하기 싫었던 것 같다.


사실 생각은 온전히 그 곳에 가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그랬을까.


다음 사람을 만나도 똑같을까? 그 사이에 나이는 먹었지만 어떻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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