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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나무 Apr 01. 2016

피그말리온

태교의 피그말리온 효과

피그말리온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말한다.


“너 닮은 딸이면 너무 예쁘겠다.”

“네 딸도 멋지게 크겠다. 난 내 딸이 너 같은어른이 되면 좋겠거든.”

“넌 잘 키울 것 같아.”


이 말들에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얼른 고개를 젓는다. 사람들이 그렇다는데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다. 저 말들이 진짜였으면 좋겠다. 그러니 믿기로 한다.


 “낳아보고 다시 얘기하자.”

“너도 애 낳아봐.”

“이제 일단 10년은 너 인생은 없을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이야기에는 더욱 동의하기 싫다. 내가 그리는 삶의 모습이 바뀔수는 있다. 하지만 바라고 꿈꾸고 향하는 삶의 태도는 가져갈 것이다.그런 엄마로 나로 살고 있을 것이다.


 예쁜 딸과 함께 걷고 있다. 나는 딸을 사랑 담긴 눈으로 바라본다. 딸은 내 손을 잡고 세상을 구경한다. 엄마가 자신을 한없이 사랑한다는것에 티끌만한 의심도 없다. 사랑받는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주고 배려할 줄 안다. 세상도 사람들도 아이가 하듯 아이를 대한다.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대하지 않을 때 슬퍼하고 속상해한다. 그럴때면 엄마아빠에게 와서 사랑을 채우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을향한다. 아이는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안다. 그것을가질 수 있을 때 한없이 기뻐하고 가질 수 없을 때에는 아쉬워한다. 그 기쁨도 속상함도 자신이 나누고싶은 사람과 이야기할 줄 안다. 어른에 가까워질 수록 자신이 원하는 삶의 그림도 알아간다. 그 삶을 살기 위해 열정을 다할 줄 안다. 그 열정이 빛날만큼의 재능도 갖고 있다. 삶의 순간들에 충실하고 만끽할줄 아는 사람으로 평생을 산다. 나와 남편은 우리의 아이가 자신의 삶을 여행하는 것을 응원하며 지켜본다. 때로는 함께 걸어주고 함께 쉬어준다. 우리 자신의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 또한 아이에게 기쁨과 안심을 준다.


 내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은 가족이 여행을 많이 다녔었지 하는 정도다. 시냇물 산 바다가 떠오른다. 그 곳에서 내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하는것이 당연한 어린시절부터 그 보다 조금 더 컸을 때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까지도 별다른 기억이 없다. 심리학과를 다니면서 또는 다른 어떤 상황에서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그리거나 말하거나 쓰라고 할 때 난감하다. 그 상황이 되면 습관적으로 회색을 칠한다. 내 삶에 생생한 색깔들이 등장한 것은 스물다섯 이후다. 그래서 그런지 내 아이에 대해서도 어린시절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떤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떠올리는 것이 좀 더 쉽다. 그래도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지 가끔 걱정이된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살아보지 못한 다양한 색의 어린시절을 내 아이에게는 살게 할 수 있을지. 그러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다. 내 아이에게는 살게 할 수 있을지라니 주제넘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자신의색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갈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저 그 색과 삶을 구경하고 감탄하는 것 뿐이다.


 그래도 조금 욕심을 내 본다. 다행히도 아기는 내가 생생한 색을 담아 살게 된 스물 다섯 이후에 나에게로 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안정된 순간에 나에게로 와주었다. 그러니 아기가 행복한 세포를 갖고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사람들이나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문장들에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대로 내 딸이 예쁘고멋진 삶을 행복한 아이로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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