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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갤 Sep 13. 2015

달걀안의 두 가지 색_#4

너의 고백, 그리고 만남

" 끊임없는 너에게서 나를 향한 마음이 진실됨을 보다 "



그리고 이어지는 그 남자의 고백.

역시 어설프다. 

그 남자는 그 여자의 학교에 찾아왔고 연구실에 있던 그 여자를 빈 강의실로 불러들였다.

날씨는 여름, 조만간 그 여자는 캐리비안베이를 갈 예정이었다.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위한 방수팩을 사들고 그 방수팩을 주며 고백했다. 

방수팩이라니... 고백에 방수팩이라니.

근데 뭐 3년이라는 시간동안에 방수팩이면 어떻고 장미꽃 한 송이이면 어떠한가. 

그러나 그 여자는 그 남자의 떨리는 목소리만 듣고도 불안감이 있었다.

이미 그 여자는 그 남자가 고백할 것을 눈치 챘던 것이다. 참 미웠다.

그 남자는 자신과 상황이 별로 좋지 못할 때 고백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인지 그 여자는 그 고백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그 강의실을 나와 버렸다. 

물론 방수팩도 받지 않은 채.

그 여자, 참 매정하다.

그 남자, 참 멍청하다.



하지만 그 날 저녁까지 그 남자의 붙잡음은 계속 되었고,

결국 그 여자는 모진 말도 하게 된다.

“오빠가 직접 싸움을 하진 않았다고 하지만 싸움에 자꾸 휘말리고

 자꾸 경찰서 들락거리고.. 솔직히 무섭네요.

 그런 사람 내가 어떻게 만나요”

그렇다. 그 여자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있었다.

그 남자는 어떤 술자리나 회식 자리에 있거나 없거나 취한 사람들을 직접 챙기고 데려다주고 여자건 남자건 불문 없이 그러다가 싸움에 휘말린 적이 몇 번 있었고 경찰서도 실제로 다녔던 적도 있었고 맞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여자는 그 남자의 주변 사람들이 별로인가 싶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도 보인다는데 그 주변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그 남자의 고백이 귀에 들어오지도 마음에 와 닿지도 않았다.


그 남자는 화가 나서 매정하게 돌아섰고 들고 있던 방수팩,

그리고 여자가 밥 값으로 더치 패이 하자고 주었던 5천원.

그렇게 땅바닥에 내려놓으며,

“가져가든가 말든가”

한 마디하고 사라졌다.

그 여자도 마찬가지로 물건도 보지 않는 채 걸어갔다.


그리고 5분 뒤, 그 여자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미안함을 알고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갔지만 5천원과 방수팩은 사라졌고

남자에게 연락을 남겨 놨다.


“미안해요. 이따 우리 집 앞에서 봐요”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집 앞으로 왔다.

그리고 드디어 남자의 열 번째 고백에

응답하는 여자의 말,




“그만 힘들어 해요 우리...”

“이쁘게... 이쁘게 만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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