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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Aug 13. 2020

the original taste

탈산업화. 다품종 소량생산의 이유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당시 연희동 카페로 한 남자 어른이 찾아오셨다. 그분은 본인이 모 식품공장의 제조 담당 부장님이라고 솔직히 자신을 밝혀주셨다. 충청도의 공장에서 서울의 구석 연희동까지 우리를 찾아오셨던 이유는 한 가지. 당신들께서 납품하는 대기업이 최근 신제품의 컨셉을 '핸드메이드(수제) 잼'으로 잡고, 거래처인 공장에 '수제잼 같은 맛'을 내는 제품을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 대기업에서 몇몇 수제잼 브랜드 중 하나로 인시즌을 알려주셨단다.


당장 제품을 사서 먹어보기도 했지만, 너무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올라오셨다고 한숨을 쉬셨다. 하루에 공장 라인을 한 번 돌리면 생산되는 잼의 양이 2톤, 그 제품들이 안정적으로 유통되려면(상온 유통기한 24개월 기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첨가물과 가열시간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하루에 조금씩 만들어 내는 수제 제품과 같은 맛을 낼 수 있냐고 열변을 토하셨다. 정말 다 맞는 말씀이었다. 기존의 공장 기계 라인을 통해 자동화로 만들어내는 제품은 어떻게 해도 수제로 끓여내는 제품과 맛과 향이 같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건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시라 말씀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다른 지인의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대체로 자동라인이 잘 잡힌 공장에 들어가면, 사람이 할 일은 버튼을 누르고 온도를 조절하고, 수량과 불량품을 체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원료가 되는 식재료는 기계에 맞춰 다 잘라진 형태로 입고되고, 공정을 거쳐 자동으로 패키지에 주입된다. 그 결과 주어지는 제품의 맛과 향은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맛이 달라졌다면, 이는 공정의 오류이거나, 재료에 문제가 발생하는 큰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에 생산해 낸 제품 전량을 동시에 폐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늘 슈퍼에서 사 먹게 되는 제품의 맛이란 어느 브랜드를 먹어도 유사한 맛의 범위 안에서 존재한다. 식품첨가물이 가지게 되는 고유한 맛이 어느 브랜드에서나 어느 정도 동일하게 포함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의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지는, 즉 소위 '산업화'를 거친 식품들에 대해 의식 없이 먹어오다가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원래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기 전에는 어떤 맛이었을까.



분명히 처음에는 지금의 공장 제품의 형태 이전에 존재했던 수가공의 형태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집집마다 담그는 김치 맛이 다르듯이, 수제로 만드는 가공식품이나 병조림들은 그 만든 사람들의 손맛과 개성이 그대로 두드러지는 형태의 맛이었을 텐데. 장기간 유통해야 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상품이 될 수 있도록 획일화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고유의 맛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캔에 담긴 복숭아 조림이 아닌, 원래 복숭아를 조려 병에 넣던 방식의 제품은 어떤 맛이었을까? 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훨씬 더 잘 살아있는 그 무엇이진 않았을까?



이런 궁금증들 때문에 상식처럼 익숙해진 저장식(제품) 레시피를 하나씩 골라 처음부터 다시 재구성해보기 시작했다. 언제나 부엌 찬장에 한 두 개씩은 굴러다니던 옥수수캔 대신, 삶은 옥수수를 병조림하는 것부터 어린 시절 캔 깡통 주스로 유명했던 '넥타'까지. 원래 저장식품으로 만들어 왔던 수제 오리지널 레시피를 다시 재현하면서 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옛날부터 과수원에서 일일이 과일을 끓이고 체에 걸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던 넥타의 레시피를 재현하면서 이토록 자두, 살구 과육의 맛과 향기가 충만한 주스를 먹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넥타를 만드는 과정에는 어마어마한 수공과 품이 들어가고, 한 번에 대량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점점 편리해질수록, 더욱 생략되는 맛과 향기가 많아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옥수수 병조림 만들기 

Sweet Corn



Ingredients 

괴산 대학 찰옥수수 4~5대

물 750ml

설탕 5큰술, 소금 1작은술 정도

 

Method 

1) 옥수수는 껍질을 벗기고 수염을 떼어낸 후, 알을 떼어낸다.(손으로 떼어내도, 칼로 긁어도 가능)

2) 떼어낸 옥수수 알맹이들을 깨끗이 씻은 뒤 체에 걸러 물기를 빼 준다.

3) 냄비에 담고 분량의 물과 설탕, 소금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10분 정도 팔팔 끓여준다.

4) 소독한 밀폐 유리병에 옥수수 알맹이와 물을 넣고 뒤집어 진공상태로 만들어 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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