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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Apr 16. 2024

지루하면 죽는다

『지루하면 죽는다』, 조나 레러

지루하면 죽는다니!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강렬하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에도 갖다 써봤다. 이보다 더 좋은 게 떠오르질 않는다. (는 건 사실 내가 게으르다는 걸 고백하는 일 ^^;)


지루하지 않은 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추천평에 의하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얻고 싶은 비법'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나 역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형사가 '범인을 죽도록 잡고 싶은 마음'처럼 글을 잘 쓰고 싶고, 좋은 글을 써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누구나 글을 쓴다. 쓸 수 있다. 자판을 두드려 어떤 말이든 쓰면 된다. 하지만 재미있는 글을 쓰는 건 어렵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더 어렵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둘째치고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읽어내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신경과학과 문학, 철학을 전공한 작가 조나 레러가 쓴 지루하면 죽는다에서의 비법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콘텐츠에 미스터리를 담으라는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라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미스터리는 설명하기 힘든 사물이나 사건이다. 알듯 말 듯하다가도 뭔지 모를 그런 콘텐츠를 접하면 독자는 일종의 수수께끼를 풀 듯 흥미를 가지게 된다는 건데, 역시 어렵다. 



이 책은 모든 창작물을 다루고 있기에 여기서 말하는 미스터리 작법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더 어울릴만하다. 그래서 일상의 소재를 다룬 에세이를 쓸 때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계속 고민하며 읽었다.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첫 부분에 결론을 다 보여주지 말자. 궁금증을 자아낼만한 소재를 선택해 보자. 질문하듯 써보자. 그래서 첫 번째 문장이 두 번째 문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하자. 나름의 원칙을 세웠으니 다음 글을 적용하며 써 볼 일만 남았다.  


명확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왜 사람들이 글쓰기에 빠져드는지 알게 되었다. 백지 위의 긴장, 뭘 써야 할지 모르는 모호함 자체가 쓰는 이들에게는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자판을 두드리기 전까지 자신이 뭘 쓰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긴장감, 막막함,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할지라도) 써재끼고 있는 과정이 미스터리다. 쓰는 사람은 그 과정을 즐긴다. 


창작의 고통이네 뭐네 떠들지만 글의 구성을 어떻게 짤 지, 첫 문장은 무슨 말로 시작할지 고민하고 실현해 내는 과정이 나는 무척 재미있다. '꾸준함이 제로'라고 외치면서도 오랜 시간 계속 글쓰기를 할 수 있던 원동력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일단 쓰다 보면 누구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은 좀 지루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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