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다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Apr 25. 2024

중국에는 왜 기름진 음식이 많을까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 지식 브런치

중국 음식은 기름진 편이다. 그래서 먹을 땐 맛있어도 먹고 나면 더부룩할 때도 많다. 영국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봤더니 더욱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번은 생선 스튜 같은 걸 주문한 적이 있다. 생선살을 건져 먹고 나자 국물이 그대로 남았다. 한국 음식은 이럴 때 밥을 말아 국밥처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중국 음식은 아니다. 붉은 고추기름이 둥둥 뜬 국물은 한 숟갈 떠먹는 걸 상상만 해도 속이 니글거린다. 


어떤 이가 질문을 품었다. 중국엔 왜 기름진 음식이 많을까? 나 같으면 그저 나라 특성이려니 하고 넘어갔을 텐데 누군가는 달랐다. 역사와 사회적 배경에서 이유를 찾아내 글로 정리하여 『삶이 허기질 나는 교양을 읽는다』라는 책에 담았다. 저자는 지식 브런치. 


이 책에 따르면 중국 음식이 기름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질 문제다. 물에 석회 성분이 많은 데다가 진흙이 많아 물에서 나는 흙내를 없애기가 힘들었다고. 그래서 오래전부터 최대한 물을 적게 쓰는 조리법이 발전되었단다. 그중 하나가 찜요리고 또 하나가 물 대신 기름을 이용한 요리법이다. 게다가 아주 높은 온도의 기름은 어떤 잡내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기후와 환경 문제를 꼽는다. 중국 문명이 황토지대 즉 건조한 곳에서 시작했기에 그런 곳에 살려면 몸에 기름기가 많아야 했단다. 또한 기름은 가열 시간이 짧아 다른 요리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무와 같은 연료를 조금만 사용해도 된다. 3, 4차의 한랭기를 거치며 중국은 전국적으로 땔감이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기름을 이용해 볶는 조리법은 가장 경제적인 요리였다. 


오래전부터 식용유가 발달한 덕분이기도 하다. 10세기 경부터 땅콩기름이 흔해져 일반 백성도 쉽게 먹을 수 있었다고.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중국은 기름진 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삶이 허기질 때 나는 교양을 읽는다』에는 이와 같은 교양 지식 48 조각이 예쁜 접시에 먹기 좋게 (읽기 좋게) 담겨 있다. 포크로 콕 찍어 한 입 베어 물고 나면 그 끝엔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를 연발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만찬"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린다. 배가 부른 대신 머리가 채워진다. 


로마인들은 왜 누워서 음식을 먹었을까? 영국은 어떻게 신사의 나라가 되었을까? 와 같이 가볍게 읽을 주제도 있지만 시리아 내전의 이유, 미얀마 민주화의 진짜 문제, 여성의 생리까지 감시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편처럼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 나는 주제도 있으니 만찬을 즐길 만발의 준비를 하고 읽으시길.   


평소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엉뚱하다고 여기는 질문을 그냥 놔두지 않고 파고들어 원인과 이유를 역사와 사회적 환경에서 찾은 저자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냠냠 맜있게 잘 읽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은 배워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