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가 넘치는 조직을 만드는 비결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모두가 구성원들 사이에 소위 '케미'가 넘치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한다. 부분의 합보다 더 위대한 팀. 하지만 모든 조직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케미가 넘치는 조직의 성과는 그렇지 않은 조직의 성과를 크게 능가한다. 평범한 선수들이 모인 팀이, 슈퍼스타가 모인 팀을 이기기도 한다. 하지만 성과는 부차적일지도 모른다. 그런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서로 유대감과 신뢰, 케미가 넘치는 조직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나도 그런 행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법과 같은 위대한 조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그런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모두 그러하듯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비결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그러한 조직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들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구글과 픽사, 존슨앤존슨 같은 기업 뿐만 아니라 스포츠 팀, 특수부대, 레스토랑, 심지어는 절도단 등의 사례까지 연구하면서 그렇게 케미가 넘치는 팀에서 그 요인을 찾고 있다.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비결을 이야기 한다.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할 것
서로의 취약함을 공유할 것
명확한 이정표(메시지, 스토리)를 공유할 것
나는 트레바리 북클럽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경영학 읽기'에서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이 책을 함께 읽었다. 나도 그랬고 여러 대표님들이 가장 많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첫번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할 것' 이었던 것 같다. 토론에서도 이 부분에 가장 큰 시간을 할애했다.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으며, 우리는 안전하며, 우리는 서로 같은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조직에서는 케미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유형, 무형의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와 리더의 다양한 행동 양식이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는 주로 아날로그 방식의 젠틀한 터치가 들어간다. NBA 포포비치 감독의 따뜻한 스킨십과, 토니 셰이의 '충돌' 법칙 등 이 내 기억에는 많이 남았다.
혹은 이를 조직에서 구조적으로 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단순히 책상의 거리에서도 효과가 달라지며 (앨런커브), 픽사는 사무실과 아트리움의 배치를 통해서 구성원들이 서로 더 자주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이번 트레바리 북클럽에서도 눔, 에어비앤비, 강남언니 등에서 이런 원칙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세부적인 사례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런 '구성원들의 안전감'에 대해서 내가 들었던 추가적인 생각들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다.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반영했을 때, 이 원칙은 스타트업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스타트업 자체가 불안정한 조직이며, 때로는 케미를 만드는 것보다 일단 살아남는 것 (예를 들어, 런웨이가 다가오는데 아직 PMF를 찾지 못한 상황이라면)이 먼저일 수 있다. 이 때는 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코로나 이후로 널리 퍼진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조직원들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원칙들은 대부분 (거의 전부)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야만 아날로그식 방식들이다. 혹은 이 방식들을 온라인에서 변형해서 적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많은 대표님들이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가지셨다)
조직의 안정감을 망치는 독사과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모든 독사과는 리더 앞에서는 자기도 꿀사과인 척한다. 그리고 독사과를 알아채는 일과, 그 독사과를 조직에서 덜어내는 일은 별개이다. 특히 해고가 법적으로 어려운 한국에서는 더더욱. (이 역시 대표님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였다. 어느 조직이든 독사과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나, 이를 덜어내는 과정이 한국에서는 너무 어렵다.)
두번째 원칙은 취약성의 공유이다. 서로가 취약성을 공유하는 경우에 오히려 조직의 유대감과 소속감이 더 높아진다는 것. 리더를 포함해서 자신의 약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여기에는 첫번째 원칙인 서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취약함을 서로가 보완해주면서,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더 끈끈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떤 리더는 스스로 자신이 완벽하게 보이고 허점이 없도록 포장하면서, 자신이 정답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반대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리더가 스스로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취약함을 드러내고, 정답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더 높아진다는 것.
더 나아가면 취약성의 공유를 조직의 차원에서 할 수도 있다.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나 네이비씰의 AAR 과 같이 프로젝트의 진척을 점검하거나 결과물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과정에서, 서로의 취약함을 서로 드러내며, 보완해주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칫 잘못하면 서로의 잘못을 성토하는 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안전감, 신뢰 등 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북클럽에서는 스타트업들에서도 이런 정례적인 '실수를 공유하는' 이벤트를 가지는 팀의 사례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나는 이 파트를 읽으면서 리더로서 취약함을 '어느 정도까지'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리더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이는 것은 좋을 수 있으나, 또 지나치게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구성원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그 리더가 평소에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서로 얼마나 이어져있다고 느끼는지, 또 어떤 사람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나 너무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전반적으로 들었던 또 하나의 궁금한 부분은 이런 것이다. 조직을 이루는 적합한 '사람'이 먼저인가, 아니면 평범한 플레이어들이 올스타팀을 이기듯이 개별 구성원보다 '조직'이 먼저인가.
내가 신봉하는 Good to Great 에서는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적어도 부적합한 (독사과) 사람이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들로도 위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어쩌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하는 것 (적합한 사람으로만 조직을 구성하여, 그 조직의 케미를 극대화 하는 것)이 베스트이겠지만 말이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조직의 크기에 관한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조직들 (초기 구글, 픽사, NBA 농구팀, 네이비씰, 레스토랑, 도둑단 등)은 일정 규모 이하의 조직이 대부분이었다. 오프라인, 아날로그 휴먼 터치가 중요한 원칙들을 대규모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열명 이하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수십, 수백명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초기의 케미를 잃어버리고, 조직 문화의 어려움을 겪으며 평범한 기업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흔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유대감, 끈끈함, 케미가 흘러넘치는 마법과 같은 조직을 만드는 비법이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이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가 들어가고, 특히 그 중에서 리더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리더들 NBA의 포포비치 감독, 자포스의 토니 셰이, 네이비씰의 데이비드 쿠퍼, 픽사의 애드 캣멀, 뉴욕 레스토랑 사업가 대니 마이어 등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강점을 살려서 이런 마법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행동은 때로는 반직관적이고 반본능적이다.
그들은 이런 반직관적 반본능적 비법을 타고난 듯,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리더로서 나만의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강점에 기반하여 나는 무엇을 실행에 옮겨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 다시 회귀하게 되었다. 역시나 위대한 팀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것이 위대한 팀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