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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Sep 17. 2023

살아가기 위한 식사를 하자

 먹는 것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한 때는 90kg에 육박하는 몸뚱이를 가졌던 것이다. 요즘은 영양소를 신경 쓰면서 소위 "클린한" 음식을 먹으려 노력한다. 자연히 매일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게 된다. 매일 같은 음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은 다이어트를 잘할 수 있다는 그런 맥락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그런 편이다. 매일 아침 바게트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어도 딱히 질리지 않는다. 조금 더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은 날은 딸기잼이나 달걀 후라이를 더한다. 매일 똑같은 클린 한 음식을 먹는 것이 고역으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혀에서의 즐거움이 덜할 수밖에 없다. 반면 먹고 나서도 더부룩하지 않아 일정한 식단의 장점 역시 깨닫게 됐다. 오랜 시간 그렇게 살다 보니 음식은 연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정한 식사의 양을 가늠하지 못해 적게 먹은 날에 기운이 없는 경험을 몇 번 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지게 됐다. 하루 세 번 활동할 힘을 얻기 위해 열량을 섭취할 때, 많이 먹으면 몸이 망가지는 당과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을 많이 포함한 클린 한 식사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돈까스도 먹고 싶고, 짜장면도 먹고 싶고, 곱창도 먹고 싶어지는 법이다. 본 적 없는 드라마 "무빙"이 인스타 돋보기에 자꾸 뜨는데, 돈까스를 너무 맛있게 먹는 류승범 배우의 모습을 보고 일주일 전 쯤부터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줄곧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날 저녁,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만 하는 날, 오늘은 꼭 왕돈까스를 먹어야겠다 다짐했다. 쇼핑몰에서 일식 돈까스가 아닌 분식 왕돈까스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먹고 싶다는 집념으로 십여분을 헤매 마침내 왕돈까스 그릇 앞에 앉았다. 그토록 염원하던 왕돈까스를 해치우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치와 단무지가 없었다면 다 먹지 못할 정도로 느끼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느끼함을 이겨내며 한 그릇을 싹 비우고 나니 느글거림이 밀려왔다. 물론 입에는 아직 행복이 남아 있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었으니까. 그리고 꽤 맛있었으니까. 하지만 머릿속에는 연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차있었다. 뱃속에 느껴지는 느글거림 때문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관리를 하면서 자연히 음식을 연료처럼 여기게 돼서인지, 소위 "소울푸드"들을 먹는 것이 예전처럼 즐겁지는 않은 것 같다.

 돈까스를 먹은 날 우연히,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에서, "소크라테스는 살기 위해 먹고 마시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먹고 마시기 위해 사는 것은 악인이라고 했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악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돈까스를 먹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질 것 같기는 하다. 살아가기 위한 식사를 하는 절제하는 삶 속에서, 가끔씩 입이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다시 볼품없고 건강하지 않은 몸뚱이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니까, 살기 위해 먹고 마시는 삶의 태도를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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