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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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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팀이 안정화가 되고 공연을 잘 준비해 가던 중, 학원 원장님께서 괜찮은 공모전이 있어 신청하면 좋을 것 같다며 모임 단체 대화방에 포스터 하나를 올리셨습니다. 궁금증에 들여다본 포스터는 창작 가요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자기소개 때 자작곡이 몇 개 있다는 말을 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있던 팀원이 창작 가요제에 지원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우선은 망설였습니다. 어디에 내놓은 적 없이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자작곡들을 가지고 덥석 대회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게는 몇 곡의 자작곡이 있습니다. 강렬한 경험을 하고 나서, 머릿속에 멜로디나 가사가 반짝 스쳐갈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흥얼거리거나 끄적여 현실에 옮겨둔 뒤, 노래하며 연주할 수 있는 형태로 틀을 만들어 나갑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것을 현실로 옮기는 게 익숙해진 뒤부터 곡을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곡을 현실에 옮기는 행위가 익숙해지고 나서야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노래 한 조각을 붙잡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 목소리와 기타 한 대, 가끔은 마스터키보드나 손으로 찍은 건반 소리, 그렇게 심심한 곡들을 몇 개 썼습니다. 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 몇을 제외하고는 남에게 들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들려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밴드 동아리 같은 곳이라면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으니 자연스레 떠오른 곡을 들려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지인에게는 자작곡 이야기를 꺼내도 큰 관심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자작곡을 쓴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 그래? 음악 취미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대답만 돌아올 뿐, 어떤 곡인지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그런 대화가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작곡을 들려주었을 때, 미적지근한 반응이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을 몇 번 마주하고 나서는, 자작곡은 저 혼자만 간직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고, 듣기에도 썩 괜찮았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남에게 들려주지 않은 자작곡이 네다섯 곡 정도 되었습니다. 음악 모임에 들어오고, 자기소개를 할 때 그런 자작곡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자작곡으로 창작 가요제를 나가보자고 음악 모임의 팀원이 제안해 왔습니다. 음악 모임에 들어오고, 남에게 내보인 적 없는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을 순간이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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