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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한 칭찬의 시간이 지나고, 어떤 곡으로 공모전에 참여할지는 정해졌습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원하는 양식대로 곡을 준비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원하는 것은 실제 공연 영상, 혹은 뮤직 비디오 형태였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실제로 노래하는 영상을 찍는 것이 간단할 텐데, 공모전 제출까지 시간은 촉박한 반면 직장인 셋이 여러 번 모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녹음과 영상 작업을 각각 한 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곡 녹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음성 메모에 있는 녹음 파일은 스케치 수준이어서, 박자가 제멋대로라 영상 작업을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0일 남짓 되는 기간 동안, 잠을 줄여가며 정박으로 악기를 녹음하고, 보컬을 녹음하고, 화음을 하나로 합치고, 작업 끝에 정박까지는 아니지만 영상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음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다음은 뮤직비디오 작업이었습니다. 저예산 느낌으로, 일상 영상과 연주 영상을 짜깁기해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습니다. 새벽까지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점심 휴식 시간을 쪼개기도 하며 열심히 곡과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고, 간신히 마감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음악 모임에 들지 않았다면 촉박한 일정을 보고 그냥 참여를 포기했을 것입니다. 내 것을 듣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타인의 존재 덕분에, 빡빡한 일정임에도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내 방구석에서 수집하고 혼자 가지고 놀았던 장비와 프로그램들을 실컷 사용했습니다. 헛된 것은 없었구나, 준비하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공모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담고픈 여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결과적으로는 예선은 통과했고 본선에서는 탈락했습니다. 면접관들 앞에서 실제 연주를 한 후 받은 질문 중 하나가 풀 밴드 버전은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노래가 목소리와 기타로만 되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떨어진 이유가 그것이라면 크게 상심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소리와 기타만으로 곡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풀 밴드 곡을 쓸 역량이 없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다른 악기의 구성을 더한 버전을 들려주었을 때, 목소리와 기타만 있어도 충분한 것 같다는 주변의 평이 많아 그냥 그 정도로만 곡을 계속 써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 저 다운 방식으로 창작을 계속 이어갈 것이어서, 탈락으로 상심하기보다는 공모전이 제 곡과는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음악 모임에 들고, 자작곡을 타인에게 들려주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자작곡을 필두로 공모전까지 참여해 봤습니다. 혼자였다면, 모임에 들지 않았다면 결코 없었을 일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공모전 과제를 제출하고 깨달았습니다. 정작 본연의 음악 모임 월말 무대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랴부랴 준비해서 어떻게든 해낸 공연은 당연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준비를 못 해서 훌륭한 공연을 못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멤버 셋 중 한 분이 심한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무대에 갑자기 설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공연을 한 사람에서, 마치 모임원이 감기에 걸려 준비한 무대를 못 보여준 사람처럼 보였을 테니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 목표인 음악 모임의 월말 공연 준비는 제대로 못 했으니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작곡을 타인에게 선보이고, 그걸 바탕으로 무대와 영상을 준비하고. 모임에서 충분히 멋진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음악 모임의 한 달의 사이클이 끝이 났고, 단기적인 목표도 끝이 났습니다. 이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