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로봇청소기를 샀다. 모든 건 인터넷 때문이다. 로봇청소기를 두기에는 너무 좁은 집 같아서 '이사하면 사야지.'하고 다음으로 미뤘던 물건을 사버리고 만 것이다.
구매 버튼을 누른 가장 큰 이유는 저렴했기 때문이다. 30~40만 원 정도 하는 물건을 19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하니 참을 수 없었다. 다른 이유는 청소의 귀찮음 때문이었다. 네 달 전쯤 산 습식 청소기는 성능이 정말 좋았다. 게다가 먼지와 물청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청소를 끝낼 때마다 청소기를 청소해줘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오수통을 비우고, 롤러와 물통을 헹구고, 베란다에 내놓아야 했다. 따지고 보면 엄청 복잡한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청소를 하기 전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어야만 할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청소를 자주 하지 않게 됐다. 그러면서 로봇청소기 생각이 조금씩 나던 중, 반값 정도에 판매하면서, 대충 있을 건 다 있는 로봇청소기를 발견하고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 것이다.
로봇청소기가 오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구매한 제품은 레이저 센서만 달려 있고 카메라 센서는 없는 모델이었다. 그래서 바닥을 가로지르는 전선 등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는 전선을 씹어먹고 청소를 그만두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멍청한 로봇청소기가 피할 수 없는 바닥에 너저분하게 놓인 전선이나 선반 아래 놓인 수납 박스 등을 모조리 위로 올려야 하는 것이었다. 청소기를 쓴 후 청소기를 청소하는 것이 귀찮아 새로 청소기를 구매했는데, 이제는 청소기를 위해 방을 청소해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요리조리 수납장이나 책꽂이 등을 배치하고 연결해, 바닥에 닿는 전선은 거의 없게 됐다. 너저분한 물건들이 정리된 방 자체로도 한결 더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도착하고 시운전을 해봐야 알 일이지만, 로봇청소기님이 활동하시기 적당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니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두고 보니 내가 직접 청소기를 돌리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는 점은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가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큰 장점이다. 내가 외출한 사이 로봇청소기가 꾸준히 청소를 잘해 준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 청소기를 돌리고, 청소 후 청소기를 청소하는 수고에서는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로봇청소기가 기대만큼 청소를 못 해 주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보기에도 깨끗하고 청소하기에도 한결 수월한 방을 얻었으니까.
어쩌면 로봇청소기의 값에는 내 공간을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강한 동기의 값도 들어있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