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게 요새는 글은 안 쓰냐는 안부의 말이 올 때가 있다. 내 글을 읽어주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대고 전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글을 꾸준히 안 쓰는 스스로를 다시 키보드 앞에 앉히게 한다. 글쓰기를 띄엄띄엄하는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안 써 버릇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돼버린 이유는 아무래도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 바쁘기도 하고, 다른 취미가 바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직장생활에 연애만 해도 일주일이 다 가 버리는데, 거기에 음악 모임까지 하고 있으니... 사색하며 글을 쓸 시간은 멍 때리거나 잠을 줄여야 겨우 가능할 텐데, 그럴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집에 오면 풀썩 쓰러지고 만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눈이 감기고, 그렇게 보통 하루가 저물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살아가는 관성대로 흘러간다면 앞으로는 절대 안 쓸 글을, 어쨌든 쓰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글이 좋다는, 혹은 요새는 글은 안 쓰냐는 안부의 말인 것이다. 글이라는 것은 순간의 기록이나 박제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쓰고 소비하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또 글이란 타인이 읽고 꼭꼭 씹어 소비해주고 난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기도 해서, 읽어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쁨을 넘어, 엄청난 창작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글도 노래도 소홀했던 이유는 사색이 부족했기 때문 같다. 사색할 시간조차 없이 바빴다는 핑계를 대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사색하기에 소홀했을 뿐이다. 사색하려 애쓰지 않으니 관성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사색하는 것, 나를 돌아보는 것에 소홀하면, 쌓이는 것 없이 앞으로만 나아갈 뿐이다. 나다워지려면, 나다운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쌓아 가려면, 결국 나를 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그냥 인사말이었을지도 모르는 안부에 많은 생각을 했다. 결코 예전처럼 자주 쓰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안 쓰는 일은 또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나를 나답게 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는 내 글을 소비해주고, 또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