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비영리 단체 GWI(Gloal Wellness Institute)가 발표한 ‘글로벌 웰니스 경제: 국가 순위’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경제가 현재 4.4조 달러의 규모를 가진다고 한다.글로벌 웰니스 시장 규모는 예상한 대로 미국이 1.2조 달러로 1위다. 워낙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나라는 호주나 이탈리아 보다 높은 8위를 차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 웰니스 문화가 아직 일정 수준에 도달한 느낌은 아니다. 기발한 감성으로 평가받는 K-뷰티와는 별개로 국내 웰니스 문화는 단순한 다이어트, 혹은 산골짜기의 요양 센터 정도에 치중된 기분이랄까. 뉴욕이나 LA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건 미국에서의 웰니스는 ‘컨셉’이나 ‘트렌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한 음식, 안정감을 돕는 액티비티, 회복과 충전을 위한 공간 등이 이미 그들에겐 일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뉴욕에서 탄생하는 웰니스 브랜드에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데, 요즘 눈이 가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웰니스의 도시, 뉴욕에서 탄생했는데 창립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웰니스로 의기투합한 뉴욕의 한인 여성들
최근 호기심 있게 들여다본 브랜드의 이름은 르버덴(leverden)이다.네이밍이 낯선 단어라 검색해 보니 덴마크어로 ‘세계’를 의미한다고. 이름이 의미하듯 세계 각지에서 건강과 웰니스를 위해 사용하는 원료와 방식을 큐레이팅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뉴욕에서 먼저 론칭한 르버덴의 창립자는 두 명의 한국인 여성이다. 마이클 코어스, 케이트 스페이드 등에서 패션 머천다이저로 일했던 헬렌 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는 소영 조가 주인공. 두 사람은 이 시대 웰니스 브랜드가 지향할 법한 스토리를 실제로 가지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르버덴의 창립자 소영 조(왼쪽)와 헬렌 리'
헬렌은 몇 년 전 갑자기 찾아온 불안과 우울증, 약해진 몸으로 인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 지역의 민간요법과 천연 원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라고 왜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유명한 의사나 힐링 센터를 찾아가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치유의 해답은 거기에 있던 게 아니었다. 약해진 몸과 절박한 마음으로 전 세계, 때론 열악한 지역을 탐험하며 접한 다양한 힐링 원료와 요법들이 비로소 그녀가 필요로 하는 치유의 재료가 된 것. 우리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백 가지 약보다 평화로운 시골집의 냄새가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헬렌이 본인의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전 세계를 탐험했다면, 소영 조는 요가와 골프,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선수 수준으로 즐기며 몸의 회복과 재생, 몸과 마음의 연결성에 대해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들이라면 운동 자체만큼 회복을 위한 시간과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을 터. 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웰니스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뉴욕이 록다운 되며 모두가 가장 우울했던 시기, 두 사람은 침체된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그렇게 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의 죽염을 메인 테마로 한
첫 번째 컬렉션 뱀부 포레스트 캔들'
◇르버덴의 세계
들여다볼수록 르버덴은 웰니스와 창립자들의 아이덴티티가 근사하게 어우러져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서 론칭과 동시에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은 ‘뱀부 포레스트’. 우리에겐 너무나 친근한 죽염이 르버덴이 선택한 첫 번째 원료다. 죽염으로 가글을 해도 하나 이상할 게 없는 우리와 달리 뉴욕 론칭 현장에서 죽염의 정의와 효과에 대해 설명하자 프레스들이 굉장한 호기심을 보였다는 후기도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치약의 재료로도 사용하는 죽염이 뉴욕에서 하나의 멋진 뷰티 오브제가 되다니! 다수의 미국 매거진에 소개된 기사를 찾아보니 뱀부 포레스트 컬렉션은 조용히 한국의 전통과 문화까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죽염을 왜 진작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원료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 아마 죽염은 이제 시작된 브랜드, 르버덴의 시작일 뿐일 것이다. 세계 각지의 탐험을 통해 얻은 신비로운 재료를 테마로 한다는 이 브랜드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