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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Oct 27. 2018

내 진짜 모습을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요

마음달 심리상담



민주는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증으로 힘들어했다. 화장으로 가리기는 하지만 긴장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했다. 상대방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기 때문이다. 그녀는 창피해서 죽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외출도 힘들고, 사람들 앞에서 숨고 싶은 마음 때문에 점점 더 우울해졌다.

안면홍조증은 어떤 자극에 다른 사람보다 얼굴 혈관이 좀 더 확장되어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붉어지는 경향이 있다.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해주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며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으면 증상이 어느 정도 나아진다.


평가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한다면 


그런데 민주의 경우 얼굴이 붉은 것보다 주변 사람의 평가에 대한 불안이 더 큰 문제였다. 얼굴이 붉어지면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면 창피를 당할 수 있으니 사람들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회적 상황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일종의 사회공포증이다.

누구나 낯선 사람들 앞에서 불안이나 수줍음을 경험할 때가 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혼자 과제를 수행할 때는 몸이 뻣뻣해지는 등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긴장도가 너무 높으면 타인과의 관계가 힘들어진다.

사회적 상황은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간혹 등장하는 위협적인 단서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미래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민주는 특별한 근거 없이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안 좋은 점만을 부각해서 볼 것이라고 지나치게 비약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다. 예전에 조별 활동에서 발표를 했을 때도 분명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지만 누군가의 눈빛이 호의적이지 않았던 걸 기억하면서 실패했다고 여겼다. 그녀는 부정적 경험은 온전히 받아들이고 성공한 경험은 하찮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결함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아론 벡에 따르면 불안이란 위협적인 사건이 발생하리라는 믿음과 자신의 대처 능력에 대한 낮은 기대로 발생한다. 자신의 약점이 들킬까 봐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이를 숨길수록 약점과 결함은 더욱 커진다. 붉어지는 볼은 자신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일부의 결함을 확대해 자기 전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남들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포증 내담자들은 종종 스스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자책하는 말 속에 숨곤 한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

‘사람들이 네 본모습을 알게 되면 너를 싫어할 거야.’

자신에 대한 이런 평가에서 부정적인 신념 체계를 형성한다. 실제로는 아무도 민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 안에 있는 재판관이 그런 판결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억울한 일이다. 자신을 다그치는 내면의 소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공포증으로 상담실을 찾은 이들은 종종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다거나 세상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거나 숨고 싶다고 한다. 이런 경우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타인으로부터 이해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심리 치료에서도 상담사와 내담자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힘들어했다면 자신이 어떤 은폐 행동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보자.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행동을 내려놓자. 약하고 부족한 곳을 신경 쓸수록 부정적인 사고는 증폭된다.


있는 모습 그대로 타인과 마주하기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알면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실망할까 봐 두려울 수 있다. 누구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그렇게 두려워만 말고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에게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내 모습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은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우울감을 높이고 사람들을 피하는 사회 부적응 문제를 초래한다. 수치심, 열등감 등으로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줄어든다. 이때는 회피 행동이 아닌 접근 행동이 필요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무의식적인 요소가 많아서 직접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익히는 수밖에 없다.

만일 주변에 당신을 비난하거나 우울한 친구밖에 없다면 본받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연예인도 좋고, 그가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하는 것도 좋다. 매번 똑같이 들리는 소리를 바꿔보자. 항상 듣던 라디오 주파수 대신 다른 주파수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 내면의 혁명이 시작된다. 자신을 표현하며 살아가기로 용기 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창의성을 찾아낸다. 비밀을 가리기에 급급했던 삶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토록 바라던 인생으로 바뀌는 이들을 보았다. 누구나 부족한 점은 있다. 스스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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