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 안정현
"계속 죽음이 생각이 나서 힘들더라구요."
한 연예인이 자살한 이후 상담실은 그의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우울의 극단에 가면 죽고 싶다거나 살 의지가 없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할 수있을지...암묵적인 타살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분의 선택에 대해서 함부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담자들이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그래도 그만두게 되는 하나의 큰 요인은 가족입니다. 부모가 또는 나의 배우자가 자녀가 생각이 나서요.
내가 죽고나서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까? 그 상처를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이후 가족이 나쁜 선택은 하지 않을까 두려움도 생깁니다.
상담실 밖에서 자살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몇년 간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리고 떠나간 가족에게 미안했다고. 죄책감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산다는게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가 가끔은 있습니다. 죽음밖에 선택할 수 없는 극단의 상황에 놓인 사람의 마음이 무엇일지 헤아릴수도 없습니다. 죽음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 같지만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스포 있으니 보고 싶지 않으면 닫아주세요-
<이제 곧 죽습니다>를 보았습니다.
취준생으로 취업에 실패할 때, 공시를 준비중이지만 성적은 나오지 않고 그냥 시간을 뭉개고 있다고 느낄 때 잉여인간이나 필요없는 사람같다고 느끼고 마지막으로 살아보려는 의지로 상담실에 올 때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앞서 달리고 있는데 여전히 제자리. 아니 계속 뒤로만 물러가고 있는 것 같을 때는 앞이 깜깜해집니다.
주인공이 여러차례의 죽음을 경험하고 마지막에 주인공의 영혼은 자신의 어머니의 삶을 살아갑니다. 자살 유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 다른 이들이 알게 되었을 때의 내쳐지는 소외감들... 주인공 어머니의 축하금조차 재수없다고 치부해버리는 엄마의 동료들, 그리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로서의 아픔들을 주인공은 온전히 경험합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삶을 살아가다 삶을 마감합니다.
자살을 꿈꾸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죽음을 생각할 때 대다수는 사후섹세계에 대한 믿음이 없습니다. 죽음 이후에 지금과 같은 고통이 없어질 거라는 믿음. 무가 될 것이라고 해도 지금의 고통이 사라진다면 괜찮다고도 합니다.
죽음 이후의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 저도 어떤 삶이 존재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온전히 사라지는게 아니라, 더 깊은 고통이 따른다면, 예상치 못한 그 이상의 불행이 찾아온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죽음 이후의 삶을 살았다 온 사람을 만날 일은 없으니까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살 그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때 지금의 삶을 다시 살기로 결정합니다. 나만의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 가족들, 나의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는 삶임을 알게 되었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죽기로 했는데 이 웹툰처럼 12번의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면 그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후세계를 다녀온 적 없지만 무로 끝난다는 믿음이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여겨진다면요.
마지막 죽음의 순간, 가족을 생각한다면 다시 삶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삶이 끝남으로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끝냄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남길 수 있음을 그들과 나의 삶이 연결되어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 수원 마음달심리상담센터 안정현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
작가이자 상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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