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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lton Jan 26. 2017

도구로서의 키보드에 대한 집착

모든 페이퍼는 결국 키보드 타이핑으로 환원된다.

오랜만에 멤브레인 키보드로 글을 써본다. 가끔은 이렇게 가벼운 키감이 맘에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딸깍거리는 기계식 키보드가 보다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렇게 익숙해져 버린 탓일 테지.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키보드도, 만년필도 다 그렇게 익숙해져 갔다. 어릴 때 다니던 컴퓨터 학원의 키보드가 두 종류였다. 하나는 매우 일반적인 멤브레인이었고, 하나는 스프링 방식이었다. 뭔가 스프링 방식은 빠른 속도의 타이핑이 쉽지 않아서 멤브레인을 훨씬 선호했던 기억이 있다. 리얼포스와 같은, 정전용량 무접점 키보드도 한번 써보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일단 가격의 탓이 제일 크고, 당장은 집에 는 기계식 키보드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가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처음 잡았던 시절이 바로 윈도 95가 나왔을 때였다. 이전에 컴퓨터를 짤막 짤막하게 배우던 시절의 OS였던 도스나 윈도 초기 버전들에서는 마우스보다는 키보드의 사용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었다. 심지어 사실상 마우스가 없던 컴퓨터를 더 많이 쓰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키보드에 ‘집착’할 날이 올지 몰랐다. 물론 컴퓨터 사용이 좀 더 지나면서 키보드 사용의 빈도도 늘어났지만, 컴퓨터의 대부분의 핵심기능은 마우스로도 충분한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게임마저도 마우스가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를 쓰면서 결국 키보드가 왜 중요한 문제인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저것 써보면서 나한테 맞는 키보드를 찾게 되었다.


한 가지 쓸데없는 이야기를 보태면 난 펜타그래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노트북을 메인 컴퓨터로 쓰던 과거 직장에서도 키보드는 새로 사서 쓰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펜타그래프를 오히려 더 익숙해하기도 하지만, 내가 쓰기에는 펜타그래프는 뭔가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고 손이 결국에는 퉁퉁 부어버리는 기억만 남아 있다. 아무래도 펜타그래프를 주력으로 쓰기에는 손에서 힘을 더 빼야 하는 모양이지만, 이미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탓에 그것은 어려워 보인다.


키보드에 대한 감상 중 하나는 이른바 지금은 사실 찾아보기 어려운 커널 증후군 방지를 위한 오목하게 휘어진 키보드였다. 쉽게 말하면 반원 형으로 휘어진 키보드였는데, 어렸을 때의 외가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을 꼼꼼히 되돌아보자면, 솔직히 키감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키보드였지만, 신기한 기도 했었고 손목이 많이 편하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손목이 편한 대신에 당시 어렸기에 체형이 작았던 관계로 키보드가 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컸던 기억이다. 성장이 끝난 지금에야 상관이 없겠지만 당시에는 그 키보드가 손목에는 편했지만 뭔가 어깨를 넓게 써야 했었다. 손목을 희생하고 어깨가 불편한 키보드라니 사실 기묘한 느낌이었다. 사실 키보드라기보다는 뭔가 웨이트나 자세교정형 기구 같았달까?


현대에 와서는 키보드도 결국은 필기구이다. 필기구에 이것저것 신경을 쓰면서 사는 나로서는 키보드에 신경을 잘 안 쓴다는 것은 뭔가 이해가 잘 가지만은 않는다. 많은 경우 컴퓨터로 이뤄지는 가업이 페이퍼를 쓰는 타이핑과 데이터를 입력하는 코딩 작업이 주를 이루는 데 당연히 키보드는 결국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뭐 이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키보드도 따져가며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키보드도 매우 중요한 도구이기에 여유가 있으시거나 조금 더 편하거나 손에 맞는 도구를 찾으신다면 키보드를 한번 찾아가며 쓰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보다 키보드가 바뀌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편해지고 작업의 능률도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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