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캐주얼을 위한 세 가지. 맨투맨, 셔츠 그리고 카라티
비즈니스 캐주얼을 지향하는 회사가 많아지는 가운데, 꽤 많은 수의 회사가 '자유로운' 복장을 권유하고 있다.
덕분에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대학생들처럼 각자 다양한 옷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드레스 셔츠와 어두운 색의 양복 대신에. 물론 그 때문에 20대의 아침 고민은 30대, 40대까지 이어졌다.
뭘 입어야 이상하지 않을까.
뭘 입어야 괜찮을까.
그리고 이 고민에 지친 대다수는 포기를 택한다. 회사에 가서 잘 보일 사람 없고, 편하게 입어야 그나마 날 옥죄어 오는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으니까. 또, 너무 신경 쓰면 눈에 뜨일 테고 관심은 부담스러우니까.
학생도 마찬가지.
sns에 떠도는 광고들처럼 이쁘게 입고 싶지만, 잘 모르겠고, 취준에 시험, 과제 때문에 정신이 없고, 나갈 돈은 많은데 옷은 한 벌에 몇 만 원씩 한다. 그렇다고 셔츠를 입고 학교에 가자니, 또 너무 늙다리 같고, 뭐 묻을까 봐 신경도 쓰인다. 그렇다면 평소에 뭘 사서 입어야 할까?
편안함, 자연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멋스러움을 다 챙길 순 없을까에 대한 질문에 답으로 3가지 아이템이 있다. '소프트 카라 셔츠', '맨투맨(스웨트 셔츠)' 그리고 '카라티(피케 셔츠)'
기억하는가? 옷 쇼핑할 때 당신이 사야 하는 3 신기. 화이트, 블루 드레스 셔츠와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 이걸 다 샀다면 당신은 이제 소프트카라 셔츠의 세계로 살짝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부드러운 카라의 셔츠는 생각 이상으로 격식과 캐주얼 가리지 않고 다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단지 드레스 셔츠의 그 뻣뻣한 카라와 커프스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딱딱한 칼라와 커프스보단 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이 셔츠는 입고 있는 사람에게 '실용성'과 '깔끔함'을 모두 선사해주는 아이템이다. 물론 드레스 셔츠로부터 유래되었으니 단정함은 기본이다.
또 이 버튼다운 셔츠의 경우, 앞섬을 풀어헤치고 팔을 걷는 다면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면모가 부각될 것이고,
단정하게 단추를 다 묶은 후에 니트 타이 같이 가벼운 타이를 할 경우 단정하지만 틀에 얽매어있지 않은 모습이 부각될 것이다.
어떤 분위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시간, 장소에 따라 당신에게 달렸을 뿐이다. 면남방은 당신의 의지대로 변해 줄테니까.
그러면 어떤 스타일의 남방을 입는 게 좋을까?
단색(솔리드), 스트라이프, 체크로 나누어서 알아보자.
단색 남방의 경우 체형과 관계없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해진다. 하지만 색보단 옷감을 다양하게 구비하자. 데님, 옥스퍼드, 샴브레이(이상 간절기), 린넨, 시어서커(이상 여름), 울(겨울). 이 6가지 종류의 셔츠만 있어도, 당신은 계절별로 날씨에 당황하지 않고 남방을 걸칠 수 있다.
기본 화이트와 블루를 (필요하다면 그레이까지) 구비했다면 아침에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옷 고민을 한 번에 날려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스트라이프 남방의 경우 스트라이프의 방향에 따라 자신의 체형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약간 퉁퉁한 몸매의 소유자이지만 약간 얇고 길어 보이길 원한다면 세로 스트라이프를, 너무 말라서 걱정인 몸매의 소유자라서 덩치가 조금 있어 보이고 싶다면 가로 스트라이프를 고르는 방법으로.
왜 이렇게 골라야 할까?
단순하게 스트라이프의 방향의 차이만으로 약간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나의 몸매를 좋은 방향으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몸이 큰 사람에게 가로 스트라이프를 입지 말라는 것은 아니고, 몸이 작은 사람에게 세로 스트라이프를 피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점을 강조할 수 있는 옷을 입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뿐.
체크 남방의 경우 스트라이프의 연장선이자 심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의 동물들이 자신의 몸을 크게 보이고, 위협적으로 보이기 위해 화려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린 이 방법을 옷에 사용하면 된다. (물론 싸울 때 입으라는 게 아니다.) 몸이 왜소하다면 크고 굵직한 체크무늬를 입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거대한 체크 패턴 덕분에 그 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또 조금 더 캐주얼하게 보이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와는 반대로 작고 조밀한 체크무늬를 입는다면 위에서 언급한 남방의 단정함을 한 단계 더 강조할 수 있다.
체크 남방을 걸칠 경우 다른 남방과는 다르게 당신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과도한 패턴의 사용' 얇고 조밀한 체크무늬의 경우 먼 거리에서 당신을 봤을 때 그 패턴보다는 전체적인 색상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때문에 다른 패턴의 겉옷 혹은 상의를 걸쳐도 그 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진 않다.
하지만 당신이 크고 굵직한 체크무늬를 걸쳤다면? 그날 하루, 당신이 줄 수 있는 포인트는 다 줬다고 보면 된다. 다른 옷은 최대한 색이 적고, 무늬도 없는 수수한 옷을 걸치자. 당신이 패턴 전문가여서 모든 패턴을 어울리게 입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이런 사람이면 이 글을 읽지도 않을 것이다.) '광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당장 나가서 사람들을 보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이 입고 있을 정도로, 스웨트 셔츠의 경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여름을 제외한 모든 계절 동안 사랑받는 옷이다. 이 글을 쓰는 내 옷장에도 계절별로 입을 수 있는 스웨트 셔츠가 5개는 있다.
당신이 오버사이즈 맨투맨을 살 것이냐, 혹은 정사이즈의 맨투맨을 살 것이냐 고민이 된다면 하나의 디테일을 확인해보자. 바로 '어깨'. '어깨'와 '팔' 재봉선의 위치를 확인해보자. 어깨선이 아래로 떨어져 있는 '드롭 숄더' 디테일이 가미되었을 경우 살짝 큰듯한 오버핏 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 흔히들 말하는 '가오리 핏'의 맨투맨으로 살짝 크게 입는 것이 맞다. 이런 옷을 몸에 딱 맞는 사이즈로 산다면 (살 수도 없겠지만) 되려 이상해지고 여자 형제나 엄마 옷 빌려 입은 느낌이 나게 될 것이다.
이 디테일의 맨투맨의 경우 어려 보이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또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옷의 디테일이기 때문에 정말 '편안하게'만 입었다는 생각보다는 트렌디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조금 더 어려 보이고 싶다면, 밝은 색이나 귀여운 자수 혹은 패턴까지 들어있는 맨투맨을 노려보자. 어려 보이는 효과와 함께 경쾌한 이미지를 줄 것이며, 자유로운 느낌 또한 가득할 것이다.
상기한 오버사이즈의 맨투맨이 부담스러울 경우, 혹은 트렌디한 옷보단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할 경우엔 첫 글에 적었던 사이즈 측정법에 따라 맨투맨을 구매하자. 또 너무 밝거나 선명한 색이나, 패턴이 들어간 맨투맨이 아닌 단조로운 색상을 구매할 경우 나의 '편안함'과 함께 '단정함' 역시 챙길 수 있다. 딱 떨어지는 어깨선이 아닌 '래글런(나그랑)'의 경우에도 편안함의 이미지와 함께 단정함 역시 챙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오버핏의 맨투맨이 옷 자체로 주는 포인트를,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로 줄 수 있으니 포인트를 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자.
카라티는 위에서 언급한 남방과 맨투맨의 장점을 둘 다 가져온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옷의 디자인과 핏에 따라 무궁무진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맨투맨과 같은 느낌으로 '오버핏'으로 입으면 캐주얼함을, 내 몸에 잘 맞는 '저스트 핏'으로 입으면 단정함을 보여 줄 수 있다.
또한 카라티의 경우 셔츠와 마찬가지로 '칼라'의 다양함으로 자신에게 풍기는 느낌을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
아저씨 같은 느낌이 든다고? 이것저것 걸치기 힘든 여름의 경우 색다른 칼라가 되려 하나의 큰 포인트가 되어준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남들에게 당신의 센스를 자랑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그 칼라의 다양함은 피케 셔츠 본래의 단정함을 뺏어오지 않기 때문에 포인트와 함께 셔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카라티를 자주 입는 계절인 여름의 특성상, 시원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착용자에게 시원함을 선사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곤 한다. 하지만 드라이 핏처럼 운동에 특화되어있는 옷의 경우, 단정함 보다는 활동성이 보장되어야 할 때 입는 경우가 많은 만큼 데일리로 걸치기엔 살짝 무리가 있다.
이럴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변주는 다름 아닌 '테리 코튼(terry cotton)'이다.
정식 명칭은 테리 클로스 풀오버스(terry cloth pullovers), 단순하게 말하자면 테리 클로스(terry cloth)라고 불리는 재질로 만들어진 카라티이다. 쉽게 말하자면 화장실에 걸려있는 '수건' 재질의 옷을 생각하면 된다.
1950년대 후에 크게 유행했던 옷의 종류이지만, 최근 Estado와 Amfeast 등의 남성복 브랜드에서 생산하면서 현재의 우리에게 가까워진 옷이라고 볼 수 있다.테리 코튼의 경우 단정함보다는 편안함에 가까운 옷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늘어지는 편안함보다 깔끔한 느낌이 있는 편안함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편안하기 위해 입더라도, 게으르거나 둔 해 보이지 않고 되려 센스 있어 보이는 매력을 뿜어낼 수 있다.
재질의 특성상 습기를 잘 흡수하고, 빠르게 건조되며, 재질의 특성상 튼튼하기 때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이상 세탁 등의 관리 또한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면 재질의 옷보다 여름에 입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특유의 재질 때문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뛰어난 흡습률 덕분에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빠르게 건조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수건을 두르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물론 샤워하고 난 뒤의 수건 마냥, 엄청난 양의 습기를 머금을 일은 없다. 비를 맞지 않는 이상.) 또 더위를 잘 탄다면, 살짝 더울 수 있다.
뚜렷한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특이하다는 것과 그 특이한 것이 과도하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구하기 쉬운 재질의 옷은 아니지만 여름에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