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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Sep 27. 2018

낙낙하게 입는 맛.

편안한 청바지, 레귤러 핏.

'데님'이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미국과 연관이 되어서일까, 청바지가 지닌 자유의 이미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도 청바지는 슬랙스 류가 지니고 있는 일말의 단정함 보다는 편함 혹은 자유로움에 가깝다고 생각하니까. 조미료를 조금 더 첨가하자면 반항의 이미지 정도?


하지만 이 자유라는 포괄적인 이미지에는 정말 너무나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위의 3가지 사진만 봐도 모두가 다른 느낌의 청바지를 입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다 다른 바지가 아닌, 소재로만 보자면 청바지가 맞다. 모두 데님을 소재로 만들어진 바지니까.


헌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간단하게 걸칠 수 있는 청바지(서랍을 열었을 때 갸우뚱하지 않고 집을 수 있는 그 바지.)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은데? 이걸 다 사라는 건가? 싶을 것이다. 물론 아니다. 다리는 편안하지만 조금 센스 있어 보이고 싶은 당신에게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스타일은 다름 아닌 레귤러 핏 데님이다.



레귤러핏 데님은 말 그대로 약간 낙낙한 실루엣의 청바지이다.

와이드 팬츠가 트렌드라고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바지가 넓은 통을 자랑하며 나오고 있지만 이때까지 딱 맞는 바지를 입었던 사람들에게 나풀거리는 바지의 밑단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통이 넓어서 펄럭이는 바지가 아닌, 살짝 내 다리에 여유를 줄 수 있는 '레귤러 핏'이 필요하다.

레귤러핏 3인방.

워싱이 강하게 들어가서 본래의 어두운 파란색이 아닌 하늘색 수준의 청바지여도 괜찮고, 약간 색 바랜 느낌의 청바지여도 괜찮다. 아니면 생지 그대로의 청바지도 좋은 선택이다. 그저 당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청바지를 고르되, 내 다리에게 조금의 여유를 허락해보자. 


자칫 아빠 바지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약간의 '촌스러움'은 현재 패션계의 트렌드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 입었던 큰 로고의 티셔츠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고, 왠지 아버지가 편하게 신으셨을 법한 러닝화가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고 있으며, 1994년 펄프픽션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쓸법한 선글라스가 유행이니까.

1990년도의 보이즈 투맨 사진이 아니다. 2018년도 FILA의 제품 사진이다.

그래도 당신의 청바지가 아빠 바지로 보일까 염려된다면 두 가지를 기억하자.

짧은 기장과 생지.


복숭아뼈 위로 해도 괜찮고, 복숭아뼈 부근으로 해도 괜찮다

지난 글에도 말했지만, 복숭아뼈 부근의 바지 기장은 '경쾌함'을 보여준다. (지주패이 네 번째 이야기 참조)

낙낙한 실루엣과 짧은 기장의 청바지는 당신의 쾌활함 혹은 '인싸력'을 자랑하는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만약 너무 짧은 기장이 부담스럽다면, 복숭아뼈 부근 혹은 그것보다 아래로 기장을 치자.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롤업'을 해보자. 오해 말길, 한번 접어 올리는 싱글 턴업이나 두 번 접는 더블 턴업이 아닌 좁게 여러 번 '말아 올리는' 것(Trim cuff라고 한다.)을 말하는 것이다. 본래의 짧은 기장보다 조금 더 활동적인 면모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단점이 있다. 만약 당신의 하체가 퉁퉁한 편에 속하거나 혹은 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다면 복숭아뼈 위에 머무르는 밑단을 갖고 있는 청바지는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경쾌함은 나타낼 수 있지만, 당신의 신체적 단점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이 문제. 만약 당신의 이 단점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싫지만 경쾌함을 갖고 싶다면, 너무 짧은 기장보다 복숭아뼈 부근 혹은 그것보다 살짝 아래로 기장을 맞추고 접어 올려 입자. 그리고 워커를 신자. 위에서 말한 Trim cuff와 부츠(워커)를 시도하면 경쾌함은 챙기되, 단점은 조금 가려줄 수 있다.



날것의 그 단단함을 챙기자.

생지 데님이라는 말은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많은 브랜드에서 생지 데님이 나오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지 데님'하면 '아 그거!'할 정도로 알려진 바지니까. 그런 생지 데님을 레귤러 핏으로 입으면, 평소의 딱 달라붙는 생지 데님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레귤러핏(좌), 스키니핏(우)

생지 청바지와 워싱이 되어있는 레귤러핏 청바지와의 차이점은 명료하다. 조금 더 단정하다는 것 물론 원래의 그 자유로운 이미지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슬랙스 수준으로 단정 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레귤러핏 생지 데님은 경쾌함을 잃지 않으면서 청바지가 지닌 약간의 단정함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덕분에 레귤러핏 생지 데님은 특별히 신경 쓰고 옷을 입지 않더라도, 그 위에 셔츠 혹은 니트만 걸쳐 입더라도 수수함과 단정함을 보여줄 수 있다.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훈훈한 복학생 오빠가 떠오르는 룩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단순하지만 약간 촌스러움이 가미된 워싱은 부담스럽다면, 생지 레귤러핏을 입되 상의에 포인트를 주거나 바지를 롤업 해서 양말에 포인트를 주자. 그저 수수한 느낌에서 '센스 있는 남자'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꼭 이런 양말을 신으라는 건 아니다.

레귤러핏을 시도하고 싶지만 약간 빛바랜듯한 워싱의 청바지가 촌스러워 보일까 걱정된다면 생지로 만들어진 레귤러핏의 청바지를 시도해보자. 레귤러핏의 실루엣이 경쾌함을 허락하되 약간의 어두운 색상은 그 경쾌함이 결코 가벼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말해줄 테니까.


지난번 이번 가을 그리고 겨울, 그냥 보통의 청바지에 살짝 변주를 주고 싶다면 내 다리에 살짝 여유를 주는 레귤러핏 청바지를 한번 입어보자. 그리고 그 청바지와 함께 자신의 센스를 마음껏 발휘해보자.

혹시 또 모른다. 당신의 그 경쾌함에 누군가가 빠져서 허우적거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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