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샌들이 인간의 가장 오래된 신발이라고 하지만, 가죽으로 발을 감싸는 형식의 신발이 고대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발을 발을 보호해주는 가죽으로 치부했을 경우 4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우리가 지금 말하는 신발(밑창이 있고 갑피가 있는 제품)의 경우엔 기원전 3500년에 코카서스 서쪽에서 신었던 것이 발견되었으니까. 아르메니아의 아레니 동굴에서 발견된 해당 가죽 신발은 발을 감싸고 위를 끈으로 묶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인류 Ötzi the iceman(알프스 산맥에서 1991년도에 발견된 자연 미라, 기원전 3300년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유해에서 현대의 '신발'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지중해나 아프리카가 아닌 지역에서는 샌들이 아닌 신발의 형태를 신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신발의 모양으로 제작된 제품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샌들이 신발의 기본이 되던 시기가 지난 13세기부터였다. 현재 피레네 지역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만들어진 전통 신발, 에스파드류(Espadrille)와 서북부 유럽에서 가죽으로 제작된 Turnshoes(밑창과 갑피 등의 가죽을 먼저 꿰매여 엮은 뒤 뒤집어서 완성하는 형식의 신발)가 그 주인공이다.
에스파드류의 경우 해당 지역의 농부들이 신던 것으로 변화가 크게 이뤄지지 않았지만 Turnshoes의 경우 모든 계층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착용하고 있었고(물론 노예 계급은 맨발이었다.) 이로 인해서 15세기에 들어설 무렵 이 Turnshoes는 조금 더 견고한 밑창과 갑피를 꿰매는 웰트 형식이 나오기 전까지 전 유럽에서 사용된다.
이 웰트가 개발된 이후 많은 귀족들은 고급진 자재로 자신의 신발을 만들었고 이러한 고급 자재를 지키기 위해 패튼Patten(서양 나막신, 신발 위에 덧신어 신발을 바닥의 오물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의 발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패튼은 이후 터키에서 발명된 초핀Chopine(코르크 창을 두텁게 대거나 힐을 극단적으로 높인 하이힐)의 유행을 불러오며 17세기 귀족들의 하이힐 사랑의 유래가 되었다.
패튼이 유행을 이끌 무렵인 15세기에 등장하여 유행했던 스타일 중의 하나로 크라코Crakow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중세 그림 혹은 르네상스 시절의 그림을 보았을 때 등장인물들이 신고 있는 길쭉한 신발이 바로 그것이다.
12세기에 처음 등장한 해당 신발은, 폴란드의 Krakow(실제로는 크라쿠프라고 읽는다)라는 중세 도시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아름아름 알려져 있던 이 신발이 15세기 중반 이후 유행이 번져서 남녀노소 모두가 신는 신발이 되었다고 한다. 앞코의 길이를 경쟁적으로 늘리다 보니, 심할 때는 앞코가 너무 길어서 걷기가 어려워지자 발목 부근에 묶을 수 있는 끈을 앞코에 달아 놓을 정도였다고. 이 심각한 유행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지 못해 기도를 하지 못하고, 신발 때문에 귀족 사회에서 사고가 터지면서(자기 발에 걸려서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름 모를 귀족이라고 나오는데 신발 때문에 죽은 게 쪽팔려서 그럴 수도) 15세기 말 무렵 국가적으로 해당 신발의 제작을 금지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19세기에 들어서며 신발은 장인들만의 공간에서 상업의 공간으로 내려오게 된다. 1812년 처음으로 영국에서 군화를 제작하는데 기계를 도입하였고, 이후 1846년도에 미싱 기계를 도입하며 모든 걸 손으로 제작하던 시기를 벗어나 기계를 활용하여 신발의 제작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게 되었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며 전통적인 가죽만이 아닌 고무,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구두와 운동화를 비롯한 비구두의 차이가 생겨났고 이 '구두'의 모습이 현재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두를 만들 때 흔히 한 번쯤 듣게 되는 라스트(last)는 마지막이라는 뜻의 라스트와 단어가 같지만 뜻은 구두를 만들 때 쓰는 구두 본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구두를 만들 때 쓰는 구두 본이 라스트이다.
구두의 라스트는 본디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의 견목 혹은 주철로 만들어졌다. 수분기가 있는 가죽이 신발로 제작되기 전까지 붙어 있더라도 모양의 변화가 적거나 없어야 했기 때문. 물론 지금은 견목이나 주철로 된 라스트는 유럽이나 북미의 수제화 공방에서나 볼 수 있고, 많은 수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전체적으로 어떤 브랜드의 라스트가 절대적으로 좋다 혹은 나쁘다는 정해진 답은 없다. 물론 기성화에서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라스트가 있을 수는 있다. 오랜 기간 구두를 만들어온 브랜드(19세기부터 만들어온 영국의 John Lobb이나 Crokett and Jones 같은)의 라스트는 그들이 100년 이상 만들어 오면서 얻은 데이터 때문에라도 사람들의 발에 더 잘 맞는 라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어떤 라스트가 좋은지 안 좋은 지를 따지고 들 때면 기성화, 수제화(MTO, Custom made)그리고 맞춤 수제화(Bespoke)의 차이가 등장한다.
기성화의 경우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브랜드에서 사이즈만 다르게 되어있는 라스트에서 제품을 만든다. 대부분의 백화점이나 브랜드에서 구두를 구매할 경우에 해당 제품은 이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성화의 장점은 아무래도 빠른 제품 수령기간과 일정한 모양이다. 이미 제작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고만 있다면 고객이 바로 구매할 수 있고, 또 같은 라스트로 똑같은 공정에서 기계(혹은 사람)가 제작하기 때문에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모양이 달라질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단점은 역시 획일화된 사이즈. 나의 발에 맞지 않는 다면 그 브랜드의 신발은 발의 고통을 참거나 혹은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수제화(Made To Order, Custom made)의 경우엔 기성화에서 약간의 변형이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인터넷에서 '수제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파는 모든 구두가 이쪽이라고 볼 수 있다. 구두의 라스트는 정해져 있으나 여기에 덧댐 작업을 통해 발등/발볼을 넓히거나 높이는 작업이 가능하고, 가죽의 변경이나 작은 디테일의 추가 혹은 제거 같은 개인의 취향을 기성화에 비교해서 조금 더 반영할 수 있다는 것.(물론 이건 공방에 따라 다르다.) 장점은 내가 원하는 구두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과 나의 발등과 발볼에 맞출 수 있다는 것. 단점은 제작되는 기간, 최소 일주일 길게는 3주를 넘어서 걸릴 수도 있다. 또 때에 따라서 기성 화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맞춤 수제화(Bespoke)의 경우 나의 발의 본을 뜬 라스트에 내가 직접 고른 가죽과 디테일을 추가해서 구매하는 정말 말 그대로 '맞춤'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기성화에서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구두의 전체적인 모양부터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은 3가지 중 가장 오래 걸리고, 만들어주는 사람에 따라서 가격은 부르는 것이 값이 된다. 하지만 처음 구두를 신었을 때의 불편함이 거의(아니면 아예) 없고, 나의 발 모양을 본뜬 구두 본이 있는 한 몇 번이고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 이 맞춤 수제화의 장점.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만약 구두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국내에서 구두를 처음 구매한다면 값싼 기성화가 아닌 10만 원 이상의 수제화(MTO, Custom made)를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기간은 오래 걸리지만 적어도 당신의 발에 조금이라도 맞출 수 있기 때문. 한국은 또 이 수제화 브랜드가 제법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맞춰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후에 당신이 구두에 조금 더 빠지게 된다면 조금 비싼 해외 기성화(까르미나, 알든, 트리커즈, 처치스 등)를 시도해보자.
구두를 만들 때 사용되는 가죽은 소(Cow hide, Kip, Calf skin)를 비롯해서 양(Lamb, sheep skin), 염소(Kid, Goat skin), 돼지(Pig skin/주로 구두 안쪽 내피용), 타조, 악어, 뱀과 뱀장어까지 다양하지만 이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가죽은 아무래도 소가죽, 양가죽, 염소가죽 그리고 합성피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각 가죽마다 하나의 가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죽을 채취하는 동물의 나이에 따라, 혹은 가죽을 어떤 방식으로 가공하느냐에 따라 가죽이 달라지기 때문.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소가죽을 아주 간단하게 분류했을 때 카우(Cow hide), 킵(Kip skin), 카프(Calf skin)로 볼 수 있다. 하이드(Hide)의 경우에는 성체의 가죽, 스킨(Skin)은 어린 동물의 가죽을 뜻하는데, 전자의 경우 단단하되 거칠고 상한 표면이 있는 반면에 후자의 경우 가죽이 부드럽고 자연스럽지만 약하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이 가죽은 동물도 동물이지만 손질하는 방법에 따라서 가죽이 달라지기 때문에 후가공에 따라서 가죽의 이름이 달라진다.
그 많은 가죽 손질 방법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사람들에게 익숙한 손질 방법은 아무래도 스웨이드. 본디 새끼 양이나 송아지 가죽의 뒷부분을 식물에서 추출한 탄닌 혹은 알데히드 등으로 탈지 가공(지방을 긁어내는 것)하여 보드랍게 만든 가죽을 스웨이드라고 부른다.(프랑스어로 스웨덴의 장갑gants de Suèd이라는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스웨이드를 말할 때면 언제나 논쟁이 나오는 것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비 오는 날의 스웨이드.' 결론만 말하자면 스웨이드는 일반 가죽에 비해 수분에 강한 것은 맞으나 수분을 머금은 후의 관리가 중요하고, 폭우를 맞을 경우 형태의 변형이 오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스웨이드가 물에 약하고 절대 물이 닿으면 안 된다고 말이 나온 이유가 양질의 스웨이드가 아닌 저렴한 스웨이드를 썼었고, 관리의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망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
사진의 부츠처럼 영국의 Charles F Stead사의 스웨이드처럼 몇몇 특수한 코팅 처리를 진행한 스웨이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스웨이드는 가죽보다 수분 관리가 쉬운 편이다. 집에서도 솔과 스프레이면 충분히 가능할 정도다. 결국 모든 가죽은 관리가 중요하지만 비교적 손질도 쉽고, 수분에도 강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구두에 흥미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스웨이드를 추천하며 구두를 관리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보라고 추천한다. (손질 방법은 뒤에 다시 다루겠다.)
신발의 밑창(아웃솔)의 종류 역시 다양하다. 코만도 솔, 크레페 솔, 러버솔(고무창), 레더 솔(홍창) 등. 가죽처럼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깊게 파고 들어가자면 한없이 많아진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고급으로 구분되는 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홍창'.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홍창이 과거의 turnshoe부터 이어져온 역사와 전통의 밑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고급지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죽 밑창이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홍창의 경우 착용자가 신는 동안 착용자의 발 모양대로 틀이 잡히고 땀을 흡수하고 배출하며 쾌적함을 제공한다. 부드러운 발걸음 소리는 덤. 하지만 엄청난 가격과 가죽이라는 단점 때문에 아스팔트 등의 거친 노면과 극단적인 날씨 상황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비싼 홍창을 갖고 있는 구두를 신을 날보다 못 신는 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구두를 자주 신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관리에 대한 감각이 아직 부족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은 고무창(러버솔)이다. 그중에서도 코만도 솔(워커창)과 같은 특별한 패턴이 가미되어 있지 않은 고무창이다. 고무 밑창의 가장 큰 장점은 노면의 상황에 상관없이 신을 수 있다는 것.
코만도 솔, 크레페 솔, 샤크 솔 등 다양한 스타일의 솔이 물론 존재하지만 홍창과 닮은 모습의 고무창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평범함이다. 나를 표현하는걸 주야장천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평범함이냐고? 구두만 10켤례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하나 혹은 두켤례의 구두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워커에 사용되었던 코만도 솔, 명품사에서 열품을 일으킨 샤크 솔, 캐주얼함이 가득 느껴지는 크레페 솔 등은 TPO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상기한 창을 갖고 있는 구두를 구매 한 다음에 구매하자. 물론 고무창의 경우 다이나이트, 컨티넨탈 혹은 비브람 등 제조사는 당신이 원하는 걸 구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