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마다의 사정은 있다.
아침 출근 길
1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엘베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2층, 엘베 앞에 사무실이 있다.
내 사무실에서 세 번째 옆 방에 계신 박사와 마주쳤다.
나는 연구원에 근무하고 있고,
원은 박사(정규직, 박사 졸)와 연구원(비정규직, 학사 졸~박사 졸) 직급 밖에 없다.
박사와 인사하고 나서 계속 서있는데 그 분께서 내게 말을 거셨다.
2층이면 걸어 올라가지?
내 양손에는 1리터 귀리음료, 친한 동생이 준 귤이 든 하얀 봉지
스타벅스 텀블러, 세 번째 반복해서 읽고 있는 박 준 시인의 책 '운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 들려 있었다.
엘베가 1층으로 내려왔지만 박사와 계단행을 택했다.
내게 왜 계단으로 가자고 했는지 편견이 뻔할 것 같아서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내 양손에서 아슬아슬 흔들리는 귤봉지와 텀블러를 손꾸락으로 꽉 잡으면서
나:
박사님, 여기 복도에 나는 냄새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전 이 냄새 안 날 때까지 엘레베이터 타고 다니려고요.
박: 응. 냄새 별로지. 문을 열어 놓고 냄새를 빼면 되는데 방화문이라고 못 열어 놓게 하니깐.
그 분은 내게 그렇게 말할 때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2층인데, 그것조차 걸어 올라가기 싫어서 엘베를 타는 모양이군.
50대의 일반적인 편견이다. 어쩌면 내 태도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편견일 지도 모른다.
보편성 속에 나의 개별성이 무시당한 상태,
나는 당신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다음 번에 나를 또 1층 엘베 앞에서 마주쳤을 때 당신의 시선.
오해 했었구나, 그럴 수 있겠다일지, 잠깐인데 이상한 냄새 참고 걸어올라가지일지
나 또한 당신을 지켜보겠다.
전자면 덜 꼰대고, 후자면 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