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작업 전에 할 게 참 많았다.
자로 많은 선을 그었다.
그 선을 파고 파고 또 파서 만든 네모난 트레이
선이 아니라 선과 선 사이를 파는게 더 쉬운 작업이였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본 수직자를 처음 써봤다. 신기방기하다.
수직자를 이용해 양쪽에서 세로선을 그었는데도 선이 안 맞았다.
내게 늘 있던 일이라 실망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한 연장으로도 선하나 똑바로 못 긋는 나를 또 봤다.
사람이 스마트해야 한다. 역시
손재주는 여동생게에게만 물려 주셨기에
잘 만들려고 마음 먹지 않을 뿐더러 시도 조차 않는
몸에 배인 마음이 있다.
힘조절을 번번히 실패해서 곳곳이 깊이 패이고,
선이 한 길로 가다가 두 줄의 양갈래로 빠지고
눈 가까이 가져가서 보면 실수 투성이여서
어설프기 그지 없고,
결과물에 실망할 준비를 하고 했는데도,
이상하게 자연스럽고 멋스럽다.
이 느낌 뭐지? 내가 드디어 나를 사랑하게 된 것인가?
내가 불완전한 인간이고,
그것이 인간다움이여서
자연스럽고 멋있다고 말해 주는걸까?
나무라는 자연이.
연장을 들고 움직이고 있는 내 손가락과
연장이 지나가고 있는 나무토막 사이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살피고
그 느낌이 귀로 전해지는 사각사각 소리를 있자면,
'나를 어떻게 사랑하지' 라는 무거운 내 인생의 질문 앞에
'오늘, 지금, 니 앞에 놓인 일이든 놀이든 즐기는 것 아닐까?'
라는 답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