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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Dec 22. 2022

22. 조지아 오키프가 걷는 ‘구름 위 하늘’

조지아 오키프의 ‘구름’ 연작

시카고 미술관 2층에서 모던 윙 건물로 내려가는 계단이 양쪽으로 뻗어 있다. 계단 벽면에 눈길을 끄는 작품이 걸려 있는데 바로 조지아 오키프의 <구름 위 하늘 4> 라는 작품이다. 내려가는 계단 정면 벽에 위치해 있고 크기도 거대하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포토 스팟이다.


<구름 위 하늘 4>는 조지아 오키프가 77세가 되던 해에 만든 작품이다. 할머니의 체력으로 이렇게 큰 작품을 완성시켰다는 사실이 놀랍다. <구름 위 하늘 4>는 크기가 무려 가로 7미터, 세로가 2미터 이상 되는 크기를 자랑한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소장품인 모네 작품 <수련> 처럼 웬만한 장소가 수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다. 이 때문에 시카고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이 된 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1970년 <구름 위 하늘 4>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오키프의 회고전 순회 전시 예정이었다. 뉴욕과 시카고에서 전시를 마친 후 그 다음 샌프란시스코로 운송이 되어야 했으나 크기나 너무 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크기였다. 결국 이 작품은 샌프란시스코에 가지 못하고 그 때부터 십 여 년간 시카고 미술관에서 보관을 하고 있었다. 조지아 오키프와 그녀의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은 의논 끝에 결국 시카고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넣기로 결정했다. 조지아 오키프와 시카고 미술관의 인연은 1905년 그녀가 시카고 예술 대학교 학생으로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운명이었던 것 같다. 

Georgie O’Keeffe, Sky above Clouds IV, 1965

           오키프는 구름 연작은 1950년대 비행기를 자주 타고 오가며 마주하는 신비스러운 하늘에서 영감을 받았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유로운 형태의 구름의 모습을 관찰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들의 형태와 하늘 위에서의 자기들 멋대로 배열된 라인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오키프의 구름 시리즈들을 물끄러미 보다 보면 오키프는 매우 한결 같은 사람이란 걸 알 수가 있다. 추상 회화를 지향했던 시점부터 단순하면서 유기적 형태들을 색 없이 목탄으로만 수많은 드로잉을 했었다. 이후 나이 칠십이 넘어 그린 회화에도 선명하게 회화에 대한 그녀의 생각 자국들이 남아있다.


           조지아 오키프는 구름 시리즈를 만들면서 아마도 자신의 오랜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를 떠올렸을 것이다. 사진가였던 스티글리츠 역시 등가물 (Equivalents) 이라 부르는 구름 연작 사진을 찍으며 그가 추구하던 추상의 끝을 선보였다. 구름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기록하겠다고 선언하며 8년 동안 350여개가 넘는 구름 연작들을 제작했다. 그가 재현한 구름은 보여지는 것을 자연스레 기록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비정형 형태의 구름들은 작가 자신의 내면 상태와 동일선상에 있는 순수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라 말했다. 구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며 심지어 무료로—— 아직 세금을 메기지 않은 —— 존재” 라며 재치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의 구름 연작을 나열하여 보게 되면 우리가 알던 몽글몽글한 구름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잘려 나가는 구도와 구름과 하늘이 얽혀 만드는 독특한 텍스처들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알 수 없는 환희, 고요함, 다양한 내면의 일렁임을 체험하게 된다. 비현실적인 세상을 그럴 듯 하게 만드는 게 사진의 강력한 힘이기에 가능하다.


           오키프의 구름 연작들도 스티글리츠의 작품들 처럼 추상적이며 끝이 없는 하늘 저 너머의 세상을 보여준다. 조금 더 희망적인 느낌이 드는 건 파스텔 톤의 색감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처음 단순하게 보면 하얀 벽돌이 층층이 쌓아 벽을 만든 것 같지만 저 멀리 붉은 태양 빛이 보이며 하늘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 거대한 작품 앞에 서면, 내가 하늘 위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지만 앞의 시야가 계속 트여 있어 점진적으로 앞으로 향해 가는 느낌을 준다. 대형 작을 하기엔 육체적으로 벅찬 77세의 오키프가 이렇게 거대한 대작을 완성한 모습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희망과 열려 있는 가능성을 선사해주는 것 같아 정말이지 시카고 미술관의 보물이자 모던 아트의 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조지아 오키프의 ‘구름’ 연작

Georgie O’Keeffe, Above the Clouds I, 1962-1963
Georgie O’Keeffe, Sky Above the Flat White Cloud II, 1960-1964
Georgie O’Keeffe, Sky above clouds III, 1963



Georgie O’Keeffe, Sky above Clouds IV, 1965



Georgie O’Keeffe, Clouds 5 / Yellow Horizon and Clouds, 1963-1964



아트렉처 링크.


https://artlecture.com/article/2953


참고자료: Sky above Clouds IV 에 대한 시카고미술관 자료



l  글쓴이: 허연재


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미술사, 미술 인문학 강의를 하고 글을 씁니다. /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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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tastea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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