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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연재 Jun 05. 2023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페르난도 서커스에서>

오렌지를 손에 쥔 소녀들


르누아르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르누아르나 인상주의가 무엇인지 잘은 몰라도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누구나 매료됩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따듯함과 아름다움에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주름조차 존재하지 않고 인상을 찌푸리는 여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원히 젊음이라는 유리 관 속에 박제된 것처럼 보입니다.

르누아르 대표작 보트 위에서의 점심

르누아르는 이탈리아 아티스트 루벤스와 라파엘로가 만든 이상적인 그리스, 로마 여신처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발그스름한 볼과 백옥처럼 흰 피부 그리고 친절한 눈웃음은 르누아르의 작품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작업 초반에는 인상주의 영향을 받으며 인상주의 작가들이 사용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인상주의 작가들은 부르주아 계층 사람들의 여가생활, 풍경, 도심의 모습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을 주제로 정했습니다. 그중 많은 작가들이 흥미로워하던 주제는 서커스였습니다. 당시 파리에서 유명했던 페르난도 서커스는 아티스트들에게 무료로 입장하여 스케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내주었습니다. 르누아르 역시 서커스를 구경하며 생동감 있는 서커스 배우드의 몸짓과 관객들의 반응은 관찰하고 스케치를 하였습니다. 작업실로 돌아와 모델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여 본격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Acrobats at the Cirque Fernando, 1879



르누아르의 <페르난도 서커스에서>의 작품은 서커스가 끝나고 사람들이 선물로 던진 오렌지를 줍는 소녀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소녀는 프란체스카와 안젤리나이며 둘은 자매입니다.


아크로베틱을 선보이고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소녀는 여러 개의 오랜지를 가슴에 가득 안고 있고 다른 소녀는 관객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커스라는 직업의 반짝거리는 화려함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소녀들의 옷차림을 관찰해 보면 리본 머리띠, 신발과 옷에 달린 장식들이 금빛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주는 생기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색입니다. 노란색 톤은 주황빛의 오렌지와 노란색의 바닥과 잘 어우러집니다. 톤이 비슷하다 보니 마치 노란색의 세력을 이룬 것처럼 관람객석과 완전한 대비를 주며 모든 시선이 이 소녀들이 서 있는 무대로 가게끔 유도하는 것 같네요. 옷에 주름 잡힌 푸른빛의 그림자나 바닥에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푸른색 계열의 톤들이 노란빛과 보색 대비를 주니 단면이 단조로운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소녀들의 얼굴을 보면 밝은 색채와 다르게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입꼬리도 올라간 흔적이 보이지 않고 눈도 웃고 있지 않지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잠시 피로함을 느낀 순간을 연출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르누아르는 이 그림을 실제 서커스장에서 그리지 않았으니 아마도 그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느낌대로 각색하며 다듬어 갔을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이다 보니 피곤한 기색을 숨길 수 있는 페르소나가 단단하지 않겠지요. 아마도 르누아르는 일을 끝내고 고된 자신을 감추지 못하는 소녀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고통은 지나가고, 아름다움은 남는다.
-르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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