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가장 개인적인 게 창의적이다”라는 말처럼 미술 작품도 자전적 예술작품에서 독창성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그것도 불특정 다수에게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굳이 나의 사적인 부분들을 알려줄 의무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예술 작가들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고 있는 것들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돈을 더 많이 벌 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거나 더 유명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프리다 칼로는 자전적인 스토리를 화폭에 담는 작가로 유명하지요. 초현실주의 풍의 작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여성 작가입니다. 그것도 유럽이 아닌 멕시코 출생이라는 점에서 더 독특하다고 느껴집니다.
심적으로 흔들리는 날들이 있을 때 누군가 나의 마음을 잘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해결을 해줄 수 없지만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주면 조금이나마 세상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다시 받게 됩니다. 프리다 칼로의 자전적 대표작 중 하나인 <부러진 기둥>은 고통과 분노를 매우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1925년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프리다 칼로는 끔찍한 전차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척추, 쇄골, 갈비뼈, 꼬리뼈와 다리까지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사고는 철 핸드 레일이 복부를 뚫고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육체적인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했지요. 딱딱한 깁스 속에 갇힌 삶을 살던 프리다는 그림을 통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부러진 기둥> 속 프리다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요. 왜 아파하는지 보면, 머리에서부터 다리까지 못이 피부에 박혀있습니다. 그냥 종이에 손가락 베일 때도 아픈데 온몸에 못이 박혀 있다니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움에 소리도 안 나올 것 같습니다. 3번의 유산의 아픔도 겪어야 했기에 자신의 복부 부분과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않았던 다리까지 못이 박혀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못도 보이시나요? 그 못의 위치를 보시면 아마도 프리다는 마음이 가장 고통스러웠나 봅니다.
전차 사고로 인해 평생 착용을 해야 하는 코르셋은 바로 서지 못하는 몸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척추는 일반적인 척추 뼈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 건물에서 볼법한 석조 기둥입니다. 금이 가 있고 부식되어 떨어져 나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언젠가는 흔들리면서 무너질거 같은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리다가 평생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육체적 고통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잃어가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뜻하는 그림입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이미 디에고 리베라와 혼인을 하였지만 바람기가 많은 그의 천성은 프리다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배경도 사막처럼 황량하여 자라나는 식물들도 보이지 않고요.
프리다 칼로의 생애는 실제라고 하기에는 한 여성에게 너무나 잔인한 굴곡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무수히 많은 자화상과 자전적 이야기들을 그림들을 보면 예술은 개인의 힘든 현실을 돌파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심적으로 힘이 들 때 프리다의 작품을 많이 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는데 특히나 이 작품이 내 고통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무의미하든 유의미하든 인생의 시계를 거쳐가다 보면 “인생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 사람이니까요. 그 길목에서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그림과 통하는 순간을 찾게 되는 것만큼 큰 희열은 없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