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 노캐를

“사랑처럼 달콤하고 키스처럼 부드러운” 디저트라고?

by 허연재

평범한 입맛을 까다롭게 길들인 디저트들은 대부분 프랑스 디저트다. 버터향 가득한 바삭한 크루아상, 달콤한 초콜릿 수플레, 기호대로 먹는 크레페, 달콤한 파미에르, 깨먹는 재미를 주는 크렘브륄레 등등, 눈과 혀를 감동시키는 디저트들 덕분에 지루한 삶에 한 스푼의 재미를 불어넣는다. 디저트는 나의 도파민을 책임지는 평생의 친구다.


작년 오스트리아 여행할 때의 일화다. 오스트리아의 문화는 어느 것 하나 친근한 게 하나도 없었다. 구스타브 클림트와 에곤쉴레의 존재 외에는… 그래서 조금 더 접근성이 좋은 달콤한 디저트에 눈을 돌렸다. 현지인들의 미각을 만족시켜 주는 대표 디저트를 먹어보면 이들이 삶을 어느 레벨까지 즐기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이건 나만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만든 기준이지만. 어쨌든 내게 생소한 국가 오스트리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먹고 싶었다.


잘츠부르크의 대표 디저트로 잘츠부르크 노캐를이 있다, 사진으로만 접한 이 디저트를 꼭 맛보고 싶었다. “사랑처럼 달콤하고 키스처럼 부드러운”맛이라며 노래 가사에도 쓰일 정도로 노캐를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통 디저트였다.

노캐를은 겨울에 눈이 쌓인 잘츠부르크 산의 풍광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들어진 디저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디저트는 17세기 초반, 울프 디에트리치 레이티노 (Wolf Dietrich Raitenau) 주교후의 정부, 살로메 알트가 개발했다. 그 이후 가족들 간에 이 레시피가 전해 내려지면서 오스트리아의 디저트가 되었다.

레시피 재료는 정말 간단했다. 설탕, 달걀, 바닐라 버터, 슈가 파우더만으로도 심플하며 화려한 노캐를을 만들 수 있다. 위에 하얗게 뿌린 슈가 파우더 때문에 설산을 연상케 한다. 봉긋 솟은 3개의 산은 눈이 쌓인 잘츠부르크의 대표 산 Rainberg, Kapuzinerberg, 와 Gaisberg mountains을 상징한다.


남녀 사랑은 달콤하기보단 피로하다고 정의하던 시기를 거치던 무렵인지라 디저트로라도 달콤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 노캐를은 혼자 여행하는 내겐 사 먹기까지 주저하게 만들었다, 마카롱, 컵케이크처럼 낱개로 넙죽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레스로랑에서 사 먹어야 했다. 게다가 양이 기본적으로 4명 이상이 나눠 먹어야 하니 소식좌인 내겐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뭐 야, 싱글은 마음 편하게 노캐를 맛도 보지 말라는 건가?, 괜히 심술이 났다.


보기만 해도 포실포실하고 몽글몽글한 노캐를

육안으로도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지니 그냥 단념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을 놓치면 여길 언제 또 먹겠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길을 서성이다 마음에 드는 노케를 이미지를 내놓은 식당에 들어갔다. 조심스레 종업원에게 물었다.

"저 식사할 건 아니고, 노캐를만 먹고 싶은데요. 너무 많은데 남은 거 싸갈 수 있나요?"

" 혼자 드시는 거면, 반도 판매해요.".

하던 고민이 무색하게, 직원은 흔쾌히 들어오라며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반 사이즈라면 먹을만하겠다 싶으니 신이 났다..


서비왜주는 노캐를.

서빙된 노캐를은 여자의 가슴처럼 봉긋한 동그란 형태에 보기만 해도 몽실거리는 비주얼이다. 내 앞에 노캐를이 서빙되니 일제히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이 모두 쳐다봤다. 앞테이블에 앉아있던 커플은 노캐를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속닥거렸다. 마음 같아선 한 조각 권유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에 애써 모른 척했다.


웨이터는 먹기 좋게 반으로 잘라 한 덩어리를 접시에 덜어주었다.


음… 이게 무슨 맛이지?

입에 한 입 넣는 순간 긴가민가했다. 살짝 달콤한데 생각보다는 안 달고, 부드러운데 바디감은 느껴지지 않고. 밀가루가 들어간 건가? 싶을 정도로 빵의 식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느끼했다. 꾸륵 거리며 즙을 풉 뱉어낸 듯 작은 양으로 함께 나온 라즈베리 잼을 최대한 많이 스푼에 올려 입안 가득 다시 넣었다. 느끼함과 상큼함이 함께 공존하는 맛이었다.


노캐를은 기대에 못 미친 사랑의 맛이었다.

뒷맛이 니글거렸다.. 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설산 같은 노캐를은 나의 미각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디저트겠지만 내게 베스트로 다가오 기엔 심심했다. 그냥 부드러운 감촉만 좋았을 뿐.

사랑의 디저트는 내게 결국 통하지 않았다.

디저트는 씹으면서 확연한 달콤한 맛이 느껴지고 온몸에 퍼져야지. 그게 행복을 주는 디저트지. 잘츠부르크 노캐를 덕분에

새삼 나의 디저트 취향을 생각해 보며 레스토랑을 나왔다.





추가러 주문한 당근야채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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