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호텔의 바삭한 덴푸라가 아직로 생각나.
시간이 남을 때, 지루함을 달래는데 무인양품 만한 곳이 또 있을까?. 자로 잰 듯 칼각의 진열장에 정갈하게 놓인 좋은 품질의 생활용품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필요 없어도 언젠가 필요할 거 갈기도 하고 더 실용적인 삶에 보템이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게 만든다. 심지어 맛있는 간식과 음식들을 판매하니 어떻게든 지갑 속 몇천원도 우습게 털려버린다. 미니멀한 제품에 반해버리고 결국 난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이 아이러니 같은 현상. 무인양품을 즐겨 찾는다면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무인양품의 애용자로써 도교에 갔을 때 긴자에 있는 무인양품을 찾았다. 무인 양품의 원조인 일본, 게다가 고급스러운 긴자지역에 있는 무인 양품은 그야말로 쇼핑과 구경거리의 지상낙원이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무인양품 호텔과 식당, 베이커리와 미술 전시장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 번 입장하면 백화점에 들어간 거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볼거리가 다양하다.
1층에는 베이커리가 있어서. 우선 후각으로 사람의 마음에 여유를 만든다. 향긋한 커피 향과 고소한 버터향은 화가 난 마음도 누그러뜨리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향에 홀려 공간에 발을 내딛었다.
서울에서 익히 많이 봤던 제품들이 이곳에도 있으니 일단 배를 채우기로 하고 가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가볍게 티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가 있고, 그 옆에는 전시장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미술 작품 전시 공간이 있어 내심 반가운 마음에 가볍게 둘러보았다.
전시명은 <Existence in Either Realm - Mitsuru Koga's Perspective.>. 80년 생 젊은 작가 미츄루 코가의 작품 전시였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사로운 물체에서 영감을 받고 그 물건들을 모아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일상적이라 하면 그냥 작은 돌덩어리들, 공원이나 해변가에 방치된 나뭇가지나 나무 껍질, 땅에 떨어진 나뭇잎, 종이 카드보드, 깡통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거나 지나치는 존재들이다.
원재료들:
이 작가의 아기자기한 작품을 보며 참 일본인답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매끈한 짱돌에 1mm 정도 되는 구멍을 뚫고 작은 입을 만들어 화병처럼 만든 거다. 마치 돌로 빚은 듯한 미니 사이즈의 화병이 존재했다는 듯이. 머리카락 굵기의 마른 식물 하나만 꽂을 수 있는 크기의 작은 화병들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그 광경이 어찌나 귀엽던지. 난 재기 발랄하면서도 섬세한 작가의 능력에 너무 놀랐다.
마른 낙엽이 된 나뭇잎에는 날카로운 칼로 나뭇가지를 형상화하는 형태로 잘라 만들었다. 이 것 역시 돌멩이만큼이나 섬세한 작품이었다. 어디서 주워온 나뭇잎인지는 모르지만, 세월에 부패하여 땅에 묻혀 버렸을 잎사귀가 고급 미색 종이에 붙여져 액자에 걸려 있으니, 왠지 자연의 순리에 인간이 훼방을 둔 거 같기도 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투박한 자연의 일부를 미술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고 섬세함으로 풀어내니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 현대 미술 전시장에서 흔히 볼 법한 현란한 색상들과 기괴한 형태들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었다. 자연이 주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느끼게 해 주는 게, 무인 양품의 컨셉과 참 잘 어울렸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점심 식사 시간이 되자 무인 양품 호텔의 식당이 오픈했다. 원래 무인 양품 호텔이 아니라 무인양 품 매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누군가 이곳에서 일본식 밥을 먹은 걸 봐서 궁금했다. 일본의 집밥 같은 느낌의 식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는 양식 위주의 메뉴만 제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무인 양품 호텔의 식당이었다. 호텔에 묶지 못했지만, 밥은 먹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샐러드와 반찬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샐러드바가 한편에 마련되어 있었고, 메인 메뉴를 주문하면 되었다. 난 사시마와 튀김 정식을 시켰다.. 장국, 계란찜과 밥도 할게 나오니 한국인이 좋아할만한 한 끼였다.. 튀김 반죽이 살얼음처럼 너무 얇은데 그 바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대체적으로 간에 세지 않아 담백하고 건강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한 끼였다. 언제 또 이곳을 찾으면 다른 메뉴를 맛보고 싶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맨 위층부터 하나하나 내려가면서 생활용품들을 둘러봤다. 물건들을 본다기보다 이들이 어떻게 진열하고 어떤 컨셉으로 매장을 꾸몄는지, 한국에 없는 제품들을 뭐가 있는지에 더 눈길과 관심이 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가꿔진 매장 내부와 물건들은 내게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과 편안함을 준다. 일본인들의 깔끔하면서 융통성 없이 룰을 따르는 민족성이 드러난다. 그래서 최고의 완벽함이 나올 수 있는 것인가.
복합문화 공간인 긴자 무인양품에서 잘 보고, 잘 쉬고, 잘 먹고, 잘 즐기고 나오니 거의 두 시간이 가버렸다. 도쿄에 혼자 여행을 한다면 아마 또 찾을 공간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