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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Sol Jun 08. 2021

한 시간의 일탈

자전거 예찬

4월 말 따릉이 정기권을 결제했다. 늦은 밤 귀갓길의 충동 소비. 복잡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게 생각만 해도 복잡했던 나는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따릉이’를 제대로 타 본 적이 없었다.

정기권을 끊으면서도 ‘이걸 내가 얼마나 타겠나...’ 싶었다. 그냥 한 밤의 일탈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밤늦게 강 인근으로 잘 다듬어진 자전거 도로에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그때부터 자전거로 운동량 채우기에 혈안이 되었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운동하기가 힘들다;)

이동거리가 가깝든 멀든, 출퇴근이 아니더라도 업무 중 이동까지 자전거를 탈 기회가 생기면 냅다 따릉이 보관소로 향하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많은 시간을 탄 건 아니지만,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대략 7~8시간을 탔으니 운동 시간으로 따지자면 꽤 쏠쏠한 셈이다.

3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야심 차게 시작했던 러닝과 요가가 여의치 않게 되고 난 후 운동에 대한 열망이 0에 수렴했는데, 자전거가 괜찮은 대안이 된 것이다. (무릎 연골이 약해져서 달리기 금지를 당했다)


중요한 건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똑같은 거리라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거리와 직접 그곳을 페달로 가로지르는 거리는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또 하나. 이토록 많이, 그리고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충격적이었다. 내가 사는 곳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여행을 온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엄청난 해방감은 뭐지? 처음 따릉이를 타는 순간 느낀 해방감은 대단했다. 집에 돌아가는 늦은 시각, 아직은 조금 쌀쌀한 날씨를 완전히 무시한 채 한 시간 가량을 달려 집으로 도착했다.

중간에 하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끝끝내 인내하여 집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따릉이는 내가 그것을 대여하는 순간 내게 ‘한 시간’을 선물해 준다. 이것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의 한 시간.

이상하게도 자전거를 타면 길치가 되어버려 헤매기 일쑤라 초과 요금도 많이 냈지만, 어찌 됐든 합법적인 한 시간의 일탈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 일탈의 시간 동안 꽤 많은 생각을 한다.


첫째, 스마트폰에 대한 반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어갈 때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길을 걷는다. 체감상 99%. 눈 앞까지 자전거가 와도 자전거가 곁에 있는 줄 모른다. 그러면 참다 참다 자전거에 달린 벨을 누른다. 띠링-

‘왜 사람들은 이렇게 스마트폰만 쳐다보지?’ 하며 훈계하려는 말은 아니다. 나도 길에서 카톡을 하거나 사진을 보거나 SNS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반성의 목소리다. 아. 나는 길에서 앞 잘 봐야지, 생각한다.


둘째, 운동하는 사람들을 통한 반성.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뛰고 있다는 것 역시 지난달의 충격이었다. 목적지를 향하던 중 신나게 헤매다가 완전한 한강변을 달리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곳을 뛰거나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던 어마어마한 인파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와, 나만 이런 삶을 몰랐던 거였어?’ 한강에서 라면이나 먹을 궁리를 했지,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바삐 페달을 밟았다.


셋째, 생경하게 바라보는 서울

‘리프레시’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자전거를 타며 보는 서울은 지금까지의 풍경과 완전히 다르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한 시간 반 동안 자전거를 타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기분 좋다’이다.

아무도 없는 거리, 울창한 가로수 사이를 내지를 때면 정말로 여행에 온 것 같은 기분 전환이 된다. 운동량을 채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 이 감각을 잊지 못해 자꾸 따릉이 앱에 손이 가는 것 같다.


오늘도 집에 오는 순간 따릉이가 눈에 보여 냅다 대여했다. 심지어 오늘은 좀 역사적인 날인데, 오는 동안 자전거를 세 번 바꿨다.

처음엔 아이용 자전거밖에 없어서 4분 동안 타고 간 뒤 다시 대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내내 ‘지지지지지직’하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또다시 4분을 타고 간 뒤 바꿨다.

그런데 이번엔 안장이 고정 되지를 않았다. 그래서 2분을 타고 간 뒤 또 바꿨다. 그리고 나서야 집까지 올 수 있었는데... 이용 내역을 보니 마지막이 51분. 그럼 오늘도 1시간을 넘게 탄 거네요..


두서없이 썼지만, 결론은 앞으로도 자전거 페달질을 열심히 해 보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한 달 동안 기초대사량이 많이 늘었다. 집에 있는 스마트 체중계로 얼마 전에 측정해 보니, 약 한 달 동안 기초 대사량이 1228.9에서 1242.5, 근육량은 약 0.3kg이 증가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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