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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Sol Feb 12. 2022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잠에 대한 단상


오랜만에 펼쳐 든 책에서 주제와 상관없이, ‘기차에서 자는 잠’에 대한 글을 읽으니 잠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모로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건 ‘잠’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의식주’를 얘기하곤 한다. 입는 옷과 먹는 음식 그리고 한 몸 뉘일 수 있는 집. 그러나 지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나는 꽤 오래전부터 수면 장애를 겪어 왔다. 흔히들 ‘입면 장애’라고 불리는 것을 이미 고등학생 때부터 경험했는데,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이 시작이었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바깥에서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이 그렇게 뼛속까지 들어와 주리를 틀었다. 자동차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더 빨리 달렸고, 빨라지는 속도만큼 나의 잠을 깎아내렸다. 그렇게 한 시…. 두시…. 지나가는 시간들을 토해 내다 도로에서 가장 먼 곳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도망치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잠들 때 들리는 소음에 매우 취약한 인간이 되었고 ‘잠에 예민한 사람’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때때로 그런 기사나 글을 본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수면 시간’, ‘성공하는 사람들이 가진 수면의 법칙’,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얻는 것’과 같은 내용들. 그렇다면 다시 돌아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가진 식사의 법칙’, ‘점심으로. OO를 먹으면 성공한다’와 같은 말들은 어딘가 어색하지만 수면과 성공을 엮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조합돼도 어색하지가 않다. 인간의 정신을 손쉽게 지배할 수 있으면서도 성공까지 그 영향이 미치는 것. ‘잠’이라는 짧은 단어에 함축된 내용들이 너무나도 많다.


‘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남들은 4시간 씩만 자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데, 왜 나는 6시간 이상은 자야 하는지. 지금도 8시간은 자야 개운해질 때마다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잠에 항복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책망해본 적이 있으니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 역시도 아침에 이불을 쉽게 걷어내지 못하는 나를 버거워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특히 겨울에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데, 나중에야 이것이 ‘계절성 우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겨울이 되면 잠에 더 취약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몇 끼쯤 라면으로 때울 수는 있지만, 여름이든 겨울이든 몇 날 며칠을 1시간만 자며 생활할 수는 없다. 그 유명한 나폴레옹도 간헐적 수면으로 웬만한 수면의 양은 채웠다. 그러니 다시 한번,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잠이 아닌가. 정량적으로 가장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살아가기로 약속한 이래, 인간의 삶에 가장 긴 시간이 할애되는 것은 아무래도 수면이다. 그리고 하루의 컨디션을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도 ‘지난밤 얼마나 잘 잤는가?’에 달려 있으니…. 쉽게 잠들지 못한 날 힘겨운 알람 소리에 눈을 뜬 내가 가장 먼저 느끼는 기분은 어떤가. 끝끝내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것은 아니라는, 조금이라도 잠을 잤다는 안도감이 자연스레 밀려온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했다는 것 만으로도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는 별로 없다. 숨은 당연히 쉬는 것이고, 배고플 때 음식을 먹으면 만족감과 포만감이 먼저다. 그러니 침대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채, 잠이 들고 두 눈을 번쩍 뜨기까지 우리는 꽤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스마트 워치로 내가 얼마나 깊은 수면과 렘 수면을 수행하고 있는지도 측정하기 시작했으니 눈 떠 있는 시간에도 잠을 의식한다고 볼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불면증의 사이클이 찾아올 ,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시간  잠에 들어야  나의 상태를 걱정하곤 한다. 오늘은 힘들이지 않고 잠들  있을까,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베개에 머리를 뉘이곤 한다. .  명료하고 짧은 단어 안에 각자의 인생이 들어있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체계 안에서 나와 당신은 얼만큼의 잠을 자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루하루 소화해낸 잠의 양을 시각적으로 펼쳐내 바닥에 놓아볼  있다면 나의 잠은 얼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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