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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Mar 10. 2023

남편과 나와 우리의 시간

나와 남편은 지난 10년 간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사업을 운영하고, 가족으로 살아왔다. 우린 함께 해온 시간의 거의 모두를 서로와 공유하고 서로가 목격해 왔으나,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견뎌온 치열함과 책임감의 무게는 각기 달랐다.


부부라고 해서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지는 못한다. 본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범주의 일들도 있다. 가령 어떤 종류의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98%의 위로와 격려, 응원이 배우자의 몫이라면 끝내 그것을 이겨내는 2% 용기와 의지, 실천은 본인의 몫이 되는 것. 힘을 주는 쪽과 힘을 내는 쪽의 역할을 번갈아 가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부부아니던가. 나와 남편은 그 역할 전환을 제법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해온 10년이 그 증거였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는 지난 시간을 통틀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0년 간 갖은 시행 착오를 겪으며 서로 힘을 주고 받는 역할 전환을 훈련했고, 제법 잘 해왔다고 믿었는데 가랑비 젖듯이 시작된 남편의 우울이 한계에 달했다. 우울과 불면이 남편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남편은 잠식 당하지 않으려 견디고 있고. 나는 무너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리는 남편을 보며 그저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기만 하고 있다. 내가 건강히 버티고 있어야, 남편이 나를 붙잡고 일어설테니. 아니다. 사실은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그저 버틸 줄 밖에 몰라 버티기만 하며 방황하고 있다.


<남편과 나와 우리의 시간>은 우리 부부에 대한 기록이다. 짊어진 무게에 힘이 부친 남편이 우울을 이겨 나가는 그의 이야기이며, 남편의 힘듦을 목격하고 내게 의지하도록 든든한 아내로 성장하는 나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더욱 단단하고 깊은 부부로 나아가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남편의 우울이 마르고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이 드러났을 때 끝이 나겠다.

그 끝에 나 또한 조금은 더 성장해 있겠지.

나는 한껏 더 멋있어진 남편을 기대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나갈테다.

 


장대한 대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으니

내 집중이 다하지 않은 적절한 시점에서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맺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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