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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Sep 15. 2015

필연은 늘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역사학자 '카'는 이야기 했다. "필연은 늘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과거의 시간을 묶어 보고, 추론하다 보면 늘 아무렇지도 않은 사건들이 대형 사건을 일으킨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조차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일들이 미래에 어떤 사건으로 귀결 될 지 궁금하기도 하다. 한 50년 후에 일반인에 관심이 많은 한 역사학자가 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물론 나의 꿈은 예나 지금이나 60대에 학교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저기 서 있는 동상의 주인공 뒤에는 소박한 글쓰기가 있었다"라고 기술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카'의 말을 다른 각도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내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나중에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말 한마디도 조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다면, 내가 들은 이야기를 남에게 함부로 전하지 않는다는 것도 요즘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내 삶의 철학이다.


인연에 있어서도 필연은 결국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래서 하나하나 스쳐 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물론 인연에도 수명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떠나가는 인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하지만, 별 생각 없이 다가 오는 인연을 발로 차 버리다 보면 나중엔 자기 주변에 사람이 없게 된다. 


2001년에 군대에서 근무를 같이 했던 후임 한 명이 대전을 찾아 왔다. 늘 연락하면서 지내 왔던 세월이 벌써 15년이다. 약 10년 전, 사회 생활 초반에 대전을 찾아 올 때면 소박하게 그를 맞이 했던 기억이 난다. 대충 찜질방에서 재우고 참치김밥을 먹였던 세월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마음이 개벽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맞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사회 생활에 바쁜 채 살아가느라 기껏해야 1년에 한 번 보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겨우 1년에 한 번이라...인생이 길어야 70~80년인데, 이미 반을 살았으니 앞으로 만날 수 있는 날들을 헤야려 볼 때 달력 한 달의 숫자만큼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동네에 있는 비지니스 호텔을 예약했다. 매우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하룻밤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왜 이런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을까? 


주변에 사람은 많다. 하지만 외로울 때가 있다. 정말 내가 힘들 때 맘 놓고 얘기하며 앞뒤 관계 따지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안 되기 때문이다. 군중속의 고독이 이런 것일까? 휴대폰에 500명 넘게 저장 되어 있던 전화번호를 정리해 보니 100명 정도 남았다. 그 100명 중에는 격식을 갖추고 얘기해야 할 사람, 앞뒤 이해관계를 생각하며 조심해야 할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재끼고 나면 남는 사람은 5명 이하인 것 같다. 


인연, 필연, 우연...어딘지 모르게 비슷해 보이는 이 말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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