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있다.
해결되어야만 하는, 그렇지만 내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매 순간, 이런 고민이 닥쳐올 걸 예감하며 살았다. '이미 예견된 미래를 막지 못하고, 준비도 못하고, 그동안 그럼 넌 뭐했냐?' 이렇게 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면 찾아가 반쯤 없애버릴 것이다. 억울하니까.
며칠 째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살았다. 연말의 분주함도, 친구들의 일시적인 떠남도 내 고민을 없애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내 조용한 일상을 흔들어 깨워,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문제 앞에서 나는 잠들지 못한다. 나는 무의미하게 깨어있다.
친구들은 모바일 게임을 자주 하는데, 그 애들이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게임의 세상은 참 쉬워 보인다. 내가 선택한 세계가 내게 불리하다거나, 아니면 함께 같은 팀에서 게임한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거나, 한다면 언제든 그들도 죽을 수 있다.
- 뛰어내릴래? 죽여줄게, 거기서 나와.
하늘에서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해준다면 썩은 동아줄이라 해도 믿고 붙잡을 것만 같다.
어른인 척하느라 힘이 든다. 어른은 모든 일을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란 걸 아는데도, 그런데도, 내 고민을 펼쳐놓기가 두렵다. 어딘가 도움을 요청하고 살 길을 찾는다면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닐지도 모르지. 그치만 내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걸.
웃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 내게 와서 무슨 일 있느냐고 걱정하듯 묻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다. 웃고 싶은 날보다 울고 싶은 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웃을 때보다 울을 때, 사람들이 더 괴상히 여기니까 잘 울지를 못하겠다. 울자면 숨을 장소를 찾아야만 하니까 그런 거지, 따지고 보자면 울지 않을 이유보다 웃지 않을 이유가 훨씬 더 많은 게 삶이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아니면 다들 숨어서 우느라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고민이 있다. 도망간다고 해서 해결되지도 않을,
내 것이지만 내 능력 밖이라 반드시 누군가와 나누어야만 해결될 고민들.
그렇지만 해결한 다고 하더라도, 남는 건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뿐일 고민들.
어떻게든 되겠지만 어떻게든 난 작아질 거다. 이렇게, 또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