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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Aug 27. 2015

프롤로그. 난 남자가 싫어,  차라리 여자가 더 좋지

대학교 4년, 내 나이 24살, 나의 공식적인 연애 생활에 종지부를 찍다.


   


이제껏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도 하고 싶었던 적도 없었기에 더군다나 미련은 없었지.    

딱히 남자가 싫었던 건 아닌데 시행 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나는 연애에 최적화된 생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어..    



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에다  간섭 받기 싫어하고 자존심도 세며 주관이 너무 뚜렷한, 애교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던 여자의 탈을 뒤집어 쓴 머슴아 같은 여자 사람이었지.


물론 나의 이런 고약한 성격과 취향을 받아주던 남자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내가 이렇게 잡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까스로 잡고 있던 인연의 끈은 그렇게 끊어지게 되었어.   


 

처음엔 남자한테 관심이 없는 정도였는데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 버스 바로 옆 자리에만 남자가 앉아도 벌떡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가거나 자리를 피해버릴 정도가 되어버렸어. 그렇지만 회사 생활도 순탄하게 했고 남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아예 단절했던 것도 아니었지. 그래도 주변에 내가 존경하는 남자분들도 있었고 형,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어.    




하지만 결론은 이 당시에 나는 남자가 너무 싫었다는 사실이야. 


길거리를 지나다니면 예쁜 여자들한테 더 눈길이 가고 쳐다보게 되고, 난 동성연애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자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어.


여자들한테는 우호적이면서 남자들한테는 업무적으로 필요한 것 이외에 사적인 일이나 친해질 계기는 사전에 전부 차단했지.


그렇게 철벽녀의 갑옷을 두르고 4년이란 시간이 지나 나는 이사를 하게 되었어.  





어렸을 때는 주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샌가 운동에 빠지게 되었는데 운동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운동 강박증과 중독이라는 판명까지 받고 말았지.     

이사 와서도 운동을 멈출 수 없었던 나는 이제 새로운 운동을 찾아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찾다 보니 이종격투기라는 새로운 분야의 운동을 하게 되었어.     



사실 이런 것도 운명인 건지..  


초행길이라 지리에 서툴렀던 나는 원래 찾아 가고자 했던 체육관 말고 두 블록이나 떨어진 다른 체육관에 가게 된 거야. 어찌되었던 체육관은 찾아온 거고 장소보다는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부푼 마음으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어.     


난생 처음 보는 링, 각종 타격 장비들, 천장에 달려있는 샌드백들.. 너무 신기했어.  


관장님이 우선 한 시간만 수업을 들어보라 해서 아이들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되었고 40분 쯤 지나 시뻘개진 얼굴로 땀 범벅이 돼 서는 가쁜 호흡을 고르고 있는데 체육관 문이 열리더니 키 큰 남자가 들어왔지.   


첫 날이었고 운동에 너무 힘을 빼서 사실 자세하게 보진 못했어. 그렇다 할 존재감도 없었고..    


나는 사실 체육관에 있던 여자 복싱선수를 계속 지켜보던 중이었어.  


체구는 작은데 글러브를 끼고 타격하는 모습이 너무 색다르게 보이는 거야.  


길 거리에 흔하게 지나다니는 예쁘장한 전형적인 여자들의 모습이 아니고 땀에 잔뜩 젖어서는 호흡을 하며 샌드백을 후려치고 있는 그 여자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어.





 






-전혀 의도치 않았고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렇게 우리들의 만남은 시작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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