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hea Jul 19. 2016

10화. 관계의 덫

큰 폭풍이 한 차례 지나가고 관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것 같다


무용 레슨을 하던 중 갑자기 무릎이 이상해서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았더니

의사가 더 이상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한다. 


체육관을 그만두고 무용 레슨도 잠시 접고 그래도 운동은 그만둘 수가 없어 근처 24시간 하는 헬스장에 등록을 하기로 했다


기연이는 덩달아 나랑 같이 체육관을 나와 헬스장으로 오게 되었다


우리 추억이 묻고 처음 만났던 곳인데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상실감마저 든다..


그리고 이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다


같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어느샌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퇴근 후 만나서 운동을 하고 집에 함께 오고 가는 것도 당연한 일과가 되어 있었다. 



11월 6일


[너 내일이면 생일 아니냐? 뭐 특별한 약속 있어?]


형한테 카톡이 온다.


[벌써 내 생일인가? 아니 뭐 딱히 약속은 없어]


[그래? 그럼 나랑 바람이나 쐬러 갔다 오자, 기분 전환도 좀 할 겸, 나 요새 회사에서 너무 힘들다 ㅠㅠ]


[일단 오늘 저녁까지 답변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마음 같아선 기연이랑 같이 보내고 싶은데 먼저 그렇게 하자고 말 꺼내기가 어렵다. 생일이 뭐 큰 이벤트도 아니고 언제부턴가 생일에 혼자 보내는 게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고민을 하다 기연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뭐? 여행 간다고? 그래 나는 어차피 일 때문에 못 가니까 다녀와~]


선뜻 허락을 한다. 


[그럼 하루 다녀올게]


뭔가 서운함이 밀려오는데 내색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11월 7일


형과 함께 포천을 왔다. 분명히 놀러 왔는데 마음이 이상하게도 편치가 않다. 


그리고 자꾸 불안한 예감이 든다. 


짐을 간단하게 풀어놓은 뒤 기연이에게 전화를 건다.


[뭐하고 있었어? 난 도착했는데]


[집에 그냥 있지 뭐]


[그렇구나]


말투가 뭔가 다르다. 오감이 곤두선다..


한참 얘기를 주고받은 뒤 드디어 본론이 튀어나왔다


[니 앞에 서면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아, 내가.. 자신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래]


남자들이 착하게 헤어지려고 할 때 가장 많이 써먹는다는 '난 못났으니 정중히 니 옆에서 꺼져줄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 마냥 마음이 조급해진다. 


딱히 잡을 자신도 그럴만한 포부도, 나에게는 자존심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런 구실도 핑계도 없었다.


[그럼 이제 아는 사이로 편하게 지내는 거지? 그럼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뭔데?]


[오늘 생일이니까 내일 만나서 아이스크림이나 사줘]


[알았어, 그러면 서울 와서 연락해]


표면적으로는 다시 남남인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 까지 완전히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아이스크림을 핑계 삼아한 번 더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을 떨쳐낸 뒤 형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서울로 도착했다.



퇴근 후 동네 카페 - 


몇일만에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닌데 마주 보고 있는 것이 금세 어색해졌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잘 다녀왔냐고 서로의 안부를 아주 피상적으로 묻고는 딱히 어떤 얘기를 하지도 않은 채 카페에 2시간 동안을 있었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어떤 말을 꺼내야 하는지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미 늦은 시각이 되어 집에 가야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데려다주겠다며 집 앞까지 오다가 갑자기 나를 끌어안는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정말 뜻밖의 말


[오늘 너 보내기 싫은데 집에 안 가면 안돼?]


관계의 덫이 시작되고 있었다. 








달혜의 사랑 시즌 2가 시작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9화. 총 맞은 것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