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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Jul 01. 2016

9화. 총 맞은 것처럼

손잡아줄 준비가 되었니?

나의 어이없는 이별 통보를 받고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던 것 같다


나를 그냥 한번 가져보고 싶은 여자, 관심 가는 여자로 밖에 보지 않았다는 여태까지의 추측이 절반은 맞은 것이다


일찍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왔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지만 이미 전화번호는 지운 후다. 이놈의 다혈질, 급한성미!


나의 고질병이지만 쉽게 고쳐지질 않는다..



저녁 7시쯤 나는 갑자기 홀린 듯이 옷을 챙겨 입고 붉은 립스틱을 입에 대충 바른 뒤 정신없이 산책로를 달려 그의 집 근처로 와버렸다



통로가 하나밖에 없어 만약 아직 퇴근을 안 했다면 얼굴은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슨 미친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정신병자처럼 흰 옷을 나풀거리며 그를 다시 보러 온 것이다



최소한 어떤 얼굴로 있는지 라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어두운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미친 듯이 쿵쾅거린다. 설렘도 아니고 긴장감도 아니며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뭔가가 내 심장을 두들겨 대고 있다



기다린 지 2시간 정도가 되어가고 있을 때 그냥 얼굴 볼 생각하지 말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익숙한 실루엣이 내 앞을 스쳐 지나간다



‘어.. 어?’



나를 본 건지 아니면 못 본 건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버리는 그 남자



이대로 두면 집으로 가버릴 것 같아 손을 낚아채고 밖으로 끌고 나온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표정


“여긴 웬일이야?”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얼굴만 응시하고 있었다



어떤 말이 하고 싶어서 여기 온 거지, 뭐가 전하고 싶어서..



“그냥.. 니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


“하.. 일단 저기로 가자”



내 손목을 잡고 벤치로 데려가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미안해.. 갑작스럽게 그런 것도.. 사실 내가 이렇게 다시 누군가를 잡거나 그런 적 없었는데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냥 … 그냥 내가 널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눈물을 보더니 잠시 당황한 후 눈물을 닦아주며 나를 조심스럽게 안는다



향수 냄새도 아닌 그의 체취가 너무 좋고 나를 다 감싸 안는 그의 커다란 몸집도 손도 너무 좋다.




그래 나는 이걸 원했던 거다



어떤 식으로 확인해야 할지 몰라 극단적인 방법을 쓰긴 했지만 아직 나에 대한 감정은 유효한 것 같고 그걸 느꼈으니 이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하는 걸로 겨우 마무리가 되었다




 나랑 다사다난한 연애할 준비되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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