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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Apr 07. 2016

이별의 상처에서 자유로워 지기 첫 번째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의 이별

https://www.youtube.com/watch?v=KptMA0s2Snc

*음악을 플레이 해주세요







이별은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아프고 말 작은 이벤트

또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지옥처럼 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별을 하고 죽음을 선택했던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여자가 있었다


아니, 그 전에 남자를 사랑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여자가 있었다






남자는 처음에 여자에게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여자가 아무리 새침하고 얄밉게 굴어도 그런 모습조차 이뻐 보이니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기세로 말이다


여자는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 남자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호기심에 다가와 한 번 찔러나 보는 건지, 아니다. 이런 고민조차 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둘은 사랑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흐른 뒤 남자는 일과 스트레스로 지쳐가고 있었고 여자는 나날이 남자가 너무 좋기만 했다. 자신의 감정 조차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연인이 너무 좋았다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존재이며 그렇기에 저주스러운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바로 직감.


남자의 사소한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이 죽일 놈의 직감, 그리고 예감.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내 예감이 틀렸으면 좋았을 것을..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에는 더 이상 사랑스러움과 간절함이 없다. 지쳐있는 멍한 풀린 눈, 그리고 약간의 짜증, 심지어는 여자를 바라보는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여자는 직감하면서 둘의 사랑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자 역시 그런 남자를 다 끌어안아줄 포용력도 인내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멀어져 가는 남자의 사랑이 야속하고 안타깝고 속상할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하루 종일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화냈다가 울었다가 짜증냈다가 이런 미친 짓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남자의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에

둘은 이별의 기로에 서게 된다.

서로 채워주지 못함에,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했음에 안타까워하며 미안해하며 그렇게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하고 마음 아파한 여자에게는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끔찍한 나날들이 펼쳐진다.






-엄마의 마음



결혼도 하지 않고 남자도 싫다던 우리 딸이 누군가를 좋아 하나보다. 늦게 들어오고 하는 것이 걱정되고 엄마로서 사실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던 중 딸에게 울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 빨리 와달라고 울면서 - 


헐레벌떡 나갔더니 신발도 안 신고 머리는 다 헝클어져 도로 위에 주저앉아 계속 울기만 한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럽다.


무슨 일이냐 했더니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한다.


일단 집으로 데려와서 진정을 시켰더니 손발도 떨고 음식도 전혀 먹질 못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고 너무 마음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화도 난다


이렇게 바보같이 무너진 딸에게 ,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에게 화가 난다..


몇 년 전 남편 장례식에서도 사촌언니와 웃으며 조문객들도 편안하게 맞이하고 식당에서 밥도 잘 먹었던 그 딸이, 인생의 수많은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그 딸이

저렇게 하루아침에 유치원생보다 못한, 지 손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엄마인 나로서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이해할 수도 없다.










- 딸의 하루


이별 후 5일이 지났다. 회사는 일을 해야 하니 꾸역꾸역 어떻게든 다니고 있다.


회사에서 막역하게 친한 동기 하나가 잠시 나와보라고 한다.


나갔더니 편의점 봉투에서 인삼주스 하나와 바나나 우유를 조용히 건넨다.


애써 추스르고 있었던 마음이 폭발할 것 같다. 회사인데 부둥켜안고 소리 내서 엉엉 울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죽도 제대로 넘기지 못해서 일주일 만에 정상 몸무게에서 3킬로가 빠졌다.


원래도 마른 몸이었는데 30킬로 대로 내려가서 걷는 것 조차 너무 힘이 든다.


밤에는 잠이 오질 않아 수면제를 먹고 가까스로 잠이 드는데 엄마 말로는 잘 때 심하게 경련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뜰 때는 마주쳐 오는 현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새벽에 몇 번씩 깨서 맨 발로 아파트 밖에 나가 밖을 내려다보곤 한다.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혹시 남자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아파트 앞에 와서 잠시 있다가 가는 건 아닐까..


부질없는 마음에도 몇 차례나 계속해서 새벽에 나가는 일도 있었다.



발걸음이 시선이 닿는 그 모든 곳에 그가 있었고 걸을 때마다 지나칠 때마다 모든 거리가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밟혔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것 조차 너무 무서워졌다.


유치원생처럼 출퇴근길에도 엄마가 항상 마중을 나오곤 했다.


여자는 일상생활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 멍청이가 되어버렸다.


눈을 감아도 기억에서 애써 지우려 잊어내려 털어내려 해도 더욱더 생생하게 기억 속에 박힌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들이. 못해준 것만 생각나고 주변의 말도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들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데


여자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너무 괴롭다.


그래서 자꾸만 나쁜 생각이 든다..



처음 맛보는 이별의 상실감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여자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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