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hea Nov 13. 2017

이별의 상처에서 자유로워 지기, 두 번째

안타깝고도 슬픈, 우스운 너의 자기합리화

주변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널 사랑한 게 아니겠지, 그 남자는 말이야'


주변의 말도 여자한테 들릴 리 없었다.


그저 울고 또 울고 멍하니 있거나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않았고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30여년만에 그 흔한 '잠수'한번 탄 적이 없던 여자는 사람들과 마주하기도, 얼굴을 보기도, 이야기조차 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무엇보다 그저 밖에 나가는 것 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실연을 이겨내는 방법은 많고 많았지만 여자는 그런 방법을 강구할 정신적 여력도 기운도 남아있질 않았다.


절대 울리지 않을 핸드폰을 하루종일 쳐다보다가 전화버튼을 누르려고 수백번을 망설였지만,


혹시 받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 무서움에 전화도 할 수 없었다.



나처럼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되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나와는 달리 나같은 건 벌써 잊어버리고 일상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진 않을지 궁금했지만 구태여 알고 싶진 않았다.


손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괴로웠다. 그리고 항상 같이 걷던 길도 거리도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긴 시간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남들보다는 더 힘들게 살아왔고 항상 어려웠던 삶이지만 그 무엇도 여자의 신념을 꺾을 순 없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이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 괴롭고 힘들어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남자에게 돌아간다고 해도 그는 더 이상 받아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여자는 모든 걸 다 되돌리고 싶었다. 만났던 사실도, 그 사람을 알게되었던 것도...

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리고 싶었다.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여자에게는 하루하루가 똑같이 괴롭고 감당하기 힘든 시간임은 다름이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 그 말이 여자에게만은 통하지 않는 말인 것 만 같다.


세상 모든 시간, 주변의 모든 것들은 오로지 여자에게서만 멈춰있었다.


여자의 공간과 시간만이 멈춰버린 듯 했다.


그리고 어느 덧 여자는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정말 날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고,


차마 상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 날카롭고도 아픈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올랐다.


그럼에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애써 남자를 변호한다.



아니, 사실은 스스로 합리화시키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난 그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야...우리는 서로 사랑했어, 하지만 환경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야..


나는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



또다시 길고 깊은 어둠이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real game of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