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운장 Aug 18. 2021

미국 중산층이 본 미국의 불평등 문제

<20vs80의 사회> 리뷰

20vs80의 사회

봉준호의 <기생충>을 보고 전율한 장면이 있다.  송강호가 이선균을 칼로 찔러 죽인 시퀀스다. 카타르시스가 몰려왔다. 빈자가 부자를 손으로 죽인다. 통쾌했다. (옳은 감정인지 그른 감정인지 차치하고) 나에게는 부자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 회사에 다닐 때도 재벌 일가를 보면 그런 감정이 일어났다. 특히 아들놈을 보면. 왜 적개심이 든 것일까? 남 앞에서 떵떵거리는 모습을 보기 싫은 것이다. 내 열등감일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해 나는... 이라는 생각이 든 것일까.


물론 불평등의 문제는 어느 시대에도 존재했다. 8~90년대의 호황기를 거쳐 전지구적으로 성장이 멈춰버렸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손에 쥐게 된 것은 이 시대에 가장 시의적절한 주제 불평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전지구적 화두다.


미국 중산층이 쓴 불평등의 책

<20vs80의 사회>는 미국 중산층이 쓴 불평등에 대한 책이다. 20의 유리하고 특권적인 지위를 내려 놓자는게 책의 핵심 주제다.


p.18 상위20퍼센트인 중상류층은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아 왔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유리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인정해야 할 때다. 여기에는 겸손, 염치, 그리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문제 자체를 인식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중상류층 사이에는 '나는 이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중상류층이 1퍼센트를 비난하며 '우리가 99퍼센트'라고 외칠때 처럼,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더 잘사는 사람과 비교하기 마련이라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의 지위는 나의 능력(학력, 두뇌, 노력)덕분이므로 마땅히 나의 것'이라고 확신 하고 있는 것이다.


<20vs80의 사회>의 문제의식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아메리칸 드림의 탄생지 미국에서도 폐어다.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삼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기가 삼루타를 친줄" 아는 20의 사람들과 헛스윙질만 하고 있는 80의 사람들이 있다. 80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여전히 1루로 못 가고 있다고 자책한다.


불평등은 대물림 된다. 교육으로 직업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사회다. 저자는 80이 20으로 가는 상향 이동성보다는 20이 80으로 가는 하향 이동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p.107 사회의 유동성을 가늠해 보기에는 하향 이동성이 상향 이동성보다 좋은 지표일 것이다. ... 높은 계층의 아들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허용하는 사회가 평범한 계층의 똑똑한 아들들이 위로 올라갈 수는 있을지언정 높은 계층의 아들들은 특권을 계속 유지하는 사회보다 더 열린 사회다.


지위에 대한 집착이 경직된 사회를 만든다. 내 자녀가 80으로 떨어지는게 무섭다. 하지만, 80으로 살아도 문제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철학자 존 롤스의 공정한 사회를 인용한다.


p.109 철학자 존 롤스는 공정한 사회는 사람들이 계급 사다리에서 자신이 어느 칸에 있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의 표현으로는 "무지의 베일"을 쓴 상태에서, 그 사회의 사회구조에 동의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한 바 있다. 무지의 베일을 쓴 상태는 "자신이 사회에서 어느 자리에 있게 될지, 자신의 계급적 지위나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 될지, 또 자신이 자연적으로 갖게 될 능력, 지능, 강점 등이 어느 정도일지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어떻게 부는 되물림 되는가?

양육, 교육, 직업으로 불평등은 되물림 된다.


중상류층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는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넣는다. 심지어 여기에서 멈추지도 않는다. 우리는 시간, 돈, 전문성을 들여 아이가 다니는 학교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대졸인 부모 대부분이 자녀의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학교 위원회에 참여한다. (양육) 하버드의 동문 자녀 우대제는 옳지 않다. 덜 가진 학생에게서 기회를 빼앗아 더 가진 학생에게 주는 것이다. ... 이 제도를 없앤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지금 보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교육) 그리고 알게 모르게 상류층에서 구전되는 인턴 일자리 되물림까지. (직업)


어떻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래의 조치로 이 상황을 개선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아래가 바로 그것이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을 줄이자
-가정 방문 프로그램을 늘려 육아의 질을 높이자
-더 훌륭한 교사들이 일할 수 있게 하자
-대학 학자금 조달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자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를 없애자
-동문 자녀 우대를 없애자
-인턴 기회를 개방하자
-역진적 조세 보조 폐지로 자금을 마련하자

결국 재분배가 핵심 키워드다


마치며

하지만, 이 문제의 개선은 20에게 달렸다. 20에게 사회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의 성찰과 양보 없이는 이 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이들이 여론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227 버트런드 러셀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권력은 "여론 권력"이다. 우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지위는 상당 부분 중상류층이 차지하고 있다. 기자, 학자, 연구, 과학, 광고, 여론 조사, 출판, 미디어(옛 미디어와 새 미디어 모두), 예술 등은 그 속성상 중상류층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기 좋은 영역이다.


올드타운 

https://oldtown.kr/

작가의 이전글 깻잎과 뒷모습 <모가디슈>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