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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 Jan 10. 2022

사랑하고 있나요?

당신은 사랑하고 있나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고,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도 어려운 개인의 히스토리를 하나씩 담고 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열렬한 팬의 마음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지나치는 감정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존재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과 자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일이라 하였다. 깊은 심연의 내적관계를 나누는 것, 물리적거리가 있어도 심리적거리는 언제나 붙어있는 그런 관계. 아마도 '믿음'과 나란히 놓일 수 있는 단어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타인에 대한 사랑을 말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기심과는 다른 진정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스스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

자아를 가진 인간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작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출발한다. 지금의 자신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우리의 첫 사랑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했음은 분명하다. 비록 기억에는 없겠지만,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 18개월 시기에 우리는 거울 속의 우리를 보며 아주 신기해했을 것이다. 작은 손으로 코를 만지고 눈을 만지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팔을 움직이며 기분 좋게 까르르 웃는 제스처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네가 누군가 했더니 나였잖아!' 하는 아주 반가운 인사와 함께. 게슈탈트의 알아차림과는 다른 스스로에 대한 지각. 그것으로부터 사랑은 시작되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랑하는 나의 자아실현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자아실현이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린 탓에 1차적인 욕구만 잘 견뎌가며 생활해도 나쁘지 않은 삶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아주 간단한 것부터 말하자면 자신을 잘 꾸미고, 먹이고, 재우고, 적절한 운동을 시키고, 적당한 여유를 주는 행동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할 때 거창한 건 필요없다. 있어보이는 글귀를 올리고, 유행처럼 지나가는 옷을 입고, 유명한 가게를 가고, 혹독한 운동을 해서 좋은 몸을 가꾸는 것도 좋지만 그냥 단정한 삶을 매일매일 성실하게 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타인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에리히 프롬'


내 20대는 늘 불안과 우울이 머물렀다. 편해지고 싶은 마음에 안정적이게 보이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기도 했고, 같이 불안을 느끼는 사람과 저 먼 심연으로 빠져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지는 못했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으니까. 사랑이라 착각했던 감정은 부족한 내 결핍의 충족이었고, 지금 들여다보면 사랑의 자리에 채워넣은 것들은 '연민', '동정', '동경', '질투', '분노', '열등감', '집착'들이었다. 사랑이 없는 자들에게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접근한 도둑들에게 마음을 다 빼앗겨 버리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하기에는 더 없이 완벽했다. 안타깝게도 아직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결핍을 채우기 위한 사랑. 채워지는 게 아닌 소모되는 사랑.


그시절로부터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건 많은 부분에서 참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게 꽤 괜찮은 일이라고 느끼게 된 순간, 어린시절 나를 처음으로 사랑했던 그 마음을 꺼내어 다시 거울에 나를 비춰보게 되었다. 

'잘 자랐구나! 멋져' 더 없이 사랑할 기회가 왔음을 18개월이 훌쩍 지난 수 백 개월 차의 내가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 보다 내일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것이라 확신하는 사랑하는 나에게 보내는 어떤 사랑의 설명.


다른 사람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해 묻고 싶다.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또 어떻게 사랑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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