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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톰 Sep 12. 2015

동해안  해안길을 따라...

7/11

여행을 준비하며 밤 늦게 베낭을 꾸립니다.
마음도 함께 담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겠기에.....이것도
태풍이 불면 날리고.  비가 오면 젖고
그렇게 길 떠나볼까 합니다.

7/12

480시간동안 웜홀을 통과할수있는 특혜를 받았습니다 .
이제 정동진을 출발하여 7번국도의 끝인 부산 영도 다리 입구까지 걸어가는,동해안 해변길 두번째 도보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13년 봄,인제를 출발하여 한계령,속초를 거쳐 부산까지 32일에 걸쳐 이 길을 걸었으나,꿈결같았던 그 길을 잊지못해 다시금 이 길을 가려 합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노숙,걸식,라면 취사의 가난한 여행을 할 것이며 풍물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길을 찾아가는 여행,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하여 비용은 최소,고생은 최고,낭만과 사색은  무한대에 리미트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체력적으로 준비 과정없이 갑자기 떠나는 길이라 다소의 우려도 있습니다만 파도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시리우스의 빛나는 별빛이 앞길을 인도해 주리라 믿습니다.

돌아오면 다시금 익숙한 자신의 자리에 안기는 것이지만 떠난다는 설렘은 언제나 황홀한 것 같습니다.

비록 가난한 여행이지만 여비를 아껴 매일 하루 한통의 막걸리는 마실 생각입니다.
(한통=5잔/5잔 x 20일=100잔)

그리하여 날마다  한통의 술을 마시며
버지니어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야속한 숙녀의 옷자락을 백번 이야기 하고 돌아 오겠습니다.
해안선 구비 구비따라 약 600Km의 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하루 8시간만 걸으면 되는 거리.

비록 베낭은 홀로 메지만,넓은 하늘을 이고 있어도 별빛이 그리운 친구들과.....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고,그 매력에
푹 빠지게 했던 상상많은 철부지 '앤'과도 동행하려합니다.

'이 세상에 좋아하는 게 많다는 건 멋진일 아닌가요?
이제 뒤돌아 볼래요.
전요,제가 사랑하는 것들에게는 사람에게 하듯이 꼭 잘 자란 인사를 해요.
그러면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앤'

좋아하는게 많은 세상,좋아하도록 인사 건네는 세상,그 멋진 세상속으로 떠나 갑니다..

여기는 가랑비내리는 정동진입니다.


7/13

공리 하나.
나란히 가는 직선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7-13

추암의 겨울 바다가 동해안 최고이더니
지금은 아닌 것같다.아니다.
가슴에 겨울을 담은 사람은 지금도 회색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바다이리라.
난 아니다.

7.26

적당한 사람
적당한 정
적당한 언덕길
적당히 소란한 포구
누구와 다시 보고 싶은 풍경
가장 살고 싶은 바닷가 마을
감포..........읍

7-31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테레사

D+19
먼지쌓인 형광등
복도의 소리가 훤하게 들려오는 얇은 벽.
마무리를 위해 베낭을 정리한다.
버리고 갈것과 가져갈 것
마음도 역시...
여행의 끝엔 항시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멀리서 파도 소리
먹먹함이 따라 눕는다.

내 삶이 잠시 머물렀던 곳. 기장

2015.7.31 PM 8:20
7번 국도의 끝,영도 다리 입구의 허름한 술집에서 비로소11Kg의 베낭을 내려놓았다.
20일
574 Km
976,667 걸음(보폭 60Cm)

정동진.심곡항.옥계역.망상.추암.용화.정다방.임원.
흥부 만세 공원.월송정 가는 길.
1KM속 거리 펜션.창포말 등대.강구항.죽도 시장. 호미곶.구룡포.감포.경포 식당.간절곶.대변항.
송정.해운대.
그리고 마침내 화이트 홀.....

뙤약볕과 태풍의 자락 그리고 비속을 터벅터벅 걸어오던,순간 순간의 풍경과 감상이 파노라마 된다.
여전히 그 길은 아름다웠으며,파도 소리.바람 소리. 아옹다옹하는 사람소리는 변함없이 다정하였다.




가난한 여행
길을 찾아가는 여행
사람을 찾아간 여행에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
단지 20일 동안 단 한번도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이지 못했을 뿐.

다시금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더욱 바빠져야 할테고,시간의 행운이 쉽게 찾아오지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점점 더 안락한 여행을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23시 10분발 무궁화호의 종착역에선 다시금  익숙하고 냉엄한 나의 자리로 돌아 가야는 것이지만,574Km에 새겨진 976,667개의 발자국은 세파에 반항하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영혼이 침묵하지않는 한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 믿으며,언젠가 난 다시 그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주섬주섬 베낭을 꾸릴 것이다.
 
아직 고뇌하는 영혼의,그 여름 한 철을 찬란하게 빛나게 했던 길위의 사람들과 삼라와 만상에 고마움만큼의 고마움을 달리 표현할 재주가 없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하다.

2015년 여름    김 경태


몬주익의 영웅 황의조의 발/초곡
촛대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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