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The Tempest. Op.18
2017.08.10 Thu 19:30
국립극장 하늘극장
오, 놀랍구나!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도 많다니!
인간은 정말 아름답구나. 이런 분들이 존재하다니,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
- 템페스트 中 –
제가 <템페스트>를 읽게 된 계기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ow World)>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참담한 미래에 관한 책이었는데 제목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저 구절을 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최초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햄릿으로 대표되었던 저의 셰익스피어 세계에 환상적인 섬 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이곳에는 공기의 요정 에어리얼. 섬의 괴물 캘러번. 그리고 마법으로 그들을 부리는 프로스페로와 그의 딸 미란다가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평화로운 섬에 다시 한번 태풍이 불고 프로스페로와 미란다를 추방한 자들이 조난을 당합니다. 프로스페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12년 동안 염원했던 가장 큰 복수를 감행합니다. 바로 그들을 ‘용서’ 한 것이지요. 어쩌면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엔딩으로 거대한 연극 인생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템페스트는 1610년에서 1611년 사이 셰익스피어가 단독으로 집필한 마지막 희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총 37편의 희곡을 썼는데 그중 마지막인 <템페스트>에서 프로스페로가 마법 지팡이와 마법책을 버리는 것으로 의미심장한 은퇴 선언을 합니다. 프로스페로는 셰익스피어 자신이며, 마법 지팡이와 마법책은 자신의 마법의 도구였던 것들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아니, 작품들도 정말 끝내주게 멋진데 은퇴 선언까지 문학적이라니. 끝까지 드라마틱합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많은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할 차이코프스키의 <템페스트>가 그렇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역시 그러합니다. 프로스페로에게 섬을 빼앗긴 캘러번의 관점에서 바라본 에메 세제르의 희곡 <어떤 태풍>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 외에도 이 작품은 영화, 뮤지컬, 연극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습니다. 지구촌 어느 한구석, 어떤 극장에서 오늘도 무대에 오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저 역시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서울시향과 함께 <템페스트>를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무더운 여름 뜨겁게 준비한 공연입니다. 여름밤의 환상을 재미있게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