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관한 오해와 진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언니 친한 동생인데, 사주 보러 갈 때마다 단명한다는 소릴 들어서요. 애가 엄청 걱정하고 있는데 봐줄 수 없어요?'라는 문자였다. 단명이라 말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왜 그랬을지 의심스러웠다.
먼저 그녀의 사주는 한쪽(인성ㆍ관성)으로 치우친 편중된 사주이다. 먼저 비겁(주체성, 형제)과 식상(표현, 소통)이 매우 약하거나 없는 상태로 과도한 인성(엄마, 공부)이 문제였다. 인성 다자는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자기 생각에 빠져, 세상을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게다가 '자기애는 강하지만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이니, 끊임없이 인정 욕구를 채우려 들 것이다.
그러나 약한 뿌리를 가진 나무에 독한 거름만이 답이 될까. 심리적으로 볼 때 자신의 허약함을 채우기 위해 의존 욕구를 키울 게 분명한데, 관성(조직, 시스템, 제도)다자라면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할 게 분명한데, 가령 그 존재가 애인이라면 염려되는 부분이 더 많다.
본 글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배신과 아픔으로 얼룩져 심적 불안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단명'이라는 단어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명리학자의 태도다. 칼과 말(글)은 사용자에 따라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나는 학식이 부족한지라 그리 직설적으로 내뱉지 못할 듯싶다. 또한 명리학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이고,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학문인데 영 석연치가 않다.
얼마 전 지인이 내 사주를 유명 역술가에게 보여줬다. 그는 나의 사주를 보며 "고전을 전제로 하면 화(火)가 많은 전형적인 거지 사주"라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먼저 화(火)가 많은 사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성격이 급한지라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도 화가 일어난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지만, 외향을 가꾸는 데 시간(돈) 소비가 많다. 게다가 나는 인성(공부, 증서) 다자에 식상(소통, 표현, 노동)조차 없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만약 내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면 이러하다. 양반집에 태어났다면 노비들의 시중을 받으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독서, 그림, 수를 놓으며 조용히 방콕 생활을 즐겼을 테니. 반면 천민으로 살았다면 거지꼴을 면하기 어려울 성싶다. 집안일은 서투르고, 상전을 모시는 일도 어설프니, 구박덩어리로 살았을 게 뻔하다.
그러나 나는 현재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첫째 여성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에 태어났고, 둘째 덕망 있는 부모님 아래 성장했으며, 셋째 자기 성찰에 강하다. 도계 박재완 선생님의 말처럼 '시대, 성별, 부모, 성찰 능력'을 적절히 갖췄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기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철학과에 진학했지만, 내 그릇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명리학자들은 '거지와 왕', '살인자와 의사'의 사주를 같은 노선에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오행과 십성은 모두 이중적인 면을 지닌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독이 되고, 조화롭게 잘 쓰면 약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덕성과 자기 성찰이다. 먼저 부모가 자식의 꿈을 응원하면서 타인에게 덕을 베푼다면, 자식은 훌륭한 주체자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 환경적 조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실망할 건 없다. 자기 성찰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면 두려울 게 없으니,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나는 끝으로 명리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 가끔 상담 중에 "나 언제 죽어요?", "올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나요?"라는 예언에 가까운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연코 명리학자는 예언가가 아니다. 주변에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함께 공유하려고 만난 상담자일 뿐이다.
또한 자신의 과거를 맞혔다는 데 감격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서도 안 된다. '남쪽으로 가면 잘 풀린다 했는데, 하나도 안 맞네'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결국 실패의 원인을 역술가에게 돌리는 꼴이 된다. 인생의 주체는 상담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현재에 닥친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기 위해 만났고, 그의 충고나 가르침을 수용하느냐의 여부도 자신에게 달렸다. 부디 그들을 통해 '운명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고, 당당히 올라설 수 있는 지혜'를 얻어오길 바란다.
♡ 그동안 <인생 바코드 사주 명리 2>를 지켜봐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까지 봐 주신 모든 분들께 힘이 됐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본 글은 설익은 학식이지만 진심을 다해 소통한 결과물입니다. 누구나 실습 기간을 거쳐 능숙한 기술자가 된다죠. 저의 행보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기저에는 누군가를 살리고 싶은 애달픈 소망이 있었다는 점 알아주시고요.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제게 큰 거름이 됐다는 점 기억해 주세요. 아무쪼록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