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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임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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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May 12. 2019

[임신일기 #15] 맞는 옷이 하나도 없네!!!

임신 12-13주차. 내 평생 옷 사면서 이렇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항상 나의 몸 상태가 변할 때마다 정상인지, 다른 산모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겪고 있는지 검색했다. 한동안 그런 생각조차 멀리하고 지금의 내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자 마음먹었기에 따로 메모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그 유명하다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정독했더니 다시금 적고 싶어 졌다. 가볍게 정리해둔 것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삼는 산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태아 변화

12주 차 - 코, 입, 폐까지 기관이 형성된다. 마치 호흡하는 듯 입술을 뻐끔거리기도 한다. 양수를 마시고 배출하는 움직임인데, 앞으로 태어난 후 하게 될 호흡을 연습하는 것이다. 머리엉덩 길이가 6-7cm, 체중은 20~25g 정도이다.  


13주 차 - 머리엉덩 길이 7~8cm, 체중은 25~40g 정도이다. 손가락이 하나씩 분명한 상태로 만들어지고 손톱도 생긴다. 신경 기능이 발달하여 손에 닿는 것을 꽉 붙잡으려고 하거나, 발로 차거나, 땅을 구르는 듯한 움직임을 시작한다. 입 근육이 발달하면서 손가락을 빠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산모 변화

12주 차 - 태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임신 초기에 비해 아기와 엄마의 상태가 안정되면서 유산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임신 11주까지 유산 확률은 13.3%인데 반해 12주 이후 유산 확률은 1.6%로 크게 낮아진다. 고통스러웠던 입덧이 진정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부쩍 늘어난 식욕으로 인해 체중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기가 커지면서 자궁은 자몽과 비슷한 크기가 된다. 변화가 빠른 엄마는 배가 불러오는 것을 슬슬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커진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여 소변을 보는 횟수가 늘어나는 산모가 많다. 분비물이 증가한다.


13주 차 - 배가 갑자기 불러오면 피부가 터져 '임신 선조'라 불리는 임신선이 생긴다. 보통 임신선은 8개월쯤에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변화가 빠른 산모는 이 시기부터 나타난다. 유선과 피하지방이 증가하면서 유방통이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유방 전체와 유륜 부위가 간지럽거나 통증을 느끼는 산모도 있다.




답답하다. 뭔가 보기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답답하다. 평소에 잘 맞던 팬티가 타이트하게 당기고 봉제선이 닿는 부분이 간지러웠다. 브래지어는 마치 누군가 일부러 꽉 조이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배가 나왔나?'


거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뭔가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에 입던 바지가 이제는 단추를 모두 풀고 지퍼를 반쯤 내려야만 겨우 입을 수 있다. 일단 팬티와 바지는 무조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추우니 기모 팬츠나 레깅스를 사고 싶어서 폭풍 검색. 임부복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몇 개의 인터넷 쇼핑몰을 찾았다. 허리에 심리스로 밴딩이 되어있어 볼록 나온 배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형태의 바지, 레깅스, 스타킹 등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배가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 바지가 불편하긴 하지만, 이런 옷들을 살 필요가 있을까? 속옷만 사도 충분하지 않을까? 막상 사려고 보니 뭔가 상황이 조금 애매했다.


원래 입던 옷을 입기엔 불편한데, 사려니 적당한 옷은 없는 느낌. 또다시 폭풍 검색. 보통 임산부들은 어떻게 하나 싶어서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옷을 어떻게 구매했는지 느낌이 어땠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배가 조금 나오는 임신 중기만 되어도 편히 입을 것 같은 모양의 옷들인데, 지금 내 배 둘레에 맞을만한 옷을 찾기 힘들었다. 입어 보고 사고 싶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보니, 그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집 근처에 없고 그나마 있는 매장도 교통이 편한 곳이 아니었다. 어느 역에서 내려서 무슨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내려서 5분 걸어야 하는 위치 같은.. 절대 멀리 사는 임산부 보고 와서 입어보라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사? 말아? 

사자! 당장 입을 옷이 없으니 인터넷에서 무작정 몇 벌 사기로 했다. 입체형 심리스, 사이즈 조절 가능한 복대형, 스트링밴드, 조절 밴드형 등 임신부의 배와 허리가 편하도록 여러 가지 형태의 바지, 레깅스 제품들이 있었다. 뭐가 나에게 맞을지, 어떤 형태가 편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었다. 사야지. 겨울에 입기 좋은 기모 면바지와 레깅스를 사기로 했다. 아직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입체형 심리스(두께가 얇고 가슴 아래까지 오도록 밴드가 아주 넓으며 봉제선이 없는 형태)로 구매했다. 업체 측에서 신축성이 아주 좋다고 했으니 믿어보기로 했다.


사진출처 - 소★ 임부복 기모 스키니 팬츠 심리스 이미지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 처음 사보는 옷 도착 소식에 어찌나 설레던지, 벨소리를 듣자마자 임산부임을 잊고 뛰어나갔다. 차마 이 곳에 착용샷을 업로드하진 못하겠기에 당시 기분을 자세히 묘사해 본다.


여느 스키니 면바지보다는 신축성이 좋아서 발을 넣고, 다리가 들어가는 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 아직 다리 쪽까지 부어오른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심리스 밴드를 골반을 넘어 허리까지 쭉 잡아당겼다. 아니? 사진 상으로는 이 밴드가 배꼽보다 조금 위, 그러니까 가슴 하고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까지만 올라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가 입으니 가슴 바로 아래, 그러니까 조금만 더 당기면 가슴까지 덮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일 정도로 밴드가 높이 올라오는 거 아닌가? 이게 무슨 일 이래? 남의 옷을 빌려 입어도 이지경이 안될 것 같은 해괴망측한 모습이 되었다.


"자기야, 이것 좀 봐봐요!!!!"
"............"
"완전 웃기지 않아요? 가슴까지 덮겠어!"
"밴드는 티셔츠에 가려져서 안보이지 않아요? 괜..... 찮은데요."


정말 웃픈 상황. 밴드를 추켜올리고는 룰루랄라 할머니 댄스를 춰 재꼈다. 미소 지으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신랑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다 웃음이 나더라. 편하긴 엄청 편했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아서 어디 한 군데 조이는 곳이 없었다. 임부복 아주 좋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니! 배부분에 밴드 없는 일반 스키니 면바지를 이렇게 편하게 만들어서 23,000원이라는 가격에 팔면 진작에 사서 입었을 텐데. 밴드가 넓다 못해 광활한 대지와 같아서 답답할 줄 알았는데, 몸에 착 감기는 얇은 나시를 입은 것 같아서 오히려 따뜻하고 좋았다. 다만 바지 안쪽에 기모가 기모라는 말이 아주 무색할 만큼 얇디얇은 것이 흠이었다. 임신부들이 보통 열이 높아서 일부러 이렇게 얇게 만든 건가? 그런 덕에 5월 중순, 27주 차인 지금까지도 이 바지를 잘 입고 있다. 허리에 있는 심리스 밴드는? 이제 딱 맞춤으로 배꼽 위까지 올라와서 편하다.




속옷은? 이것도 지금 사야 하나?

팬티는 배를 다 덮는 형태와 볼록 나온 배 밑까지 오는 짧은 형태가 있었다. 여러 임부복 판매 사이트 리뷰에 짧은 것이 더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잘 모르겠으니 일단 통계를 따르자! 게다가 나는 여름에 출산 예정이니 배를 덮는 속옷은 덮고 답답할 거야. 소재도 다양했는데 텐셀이라는 소재가 좋다길래 무조건 좋다는 것으로 선택했다.


사이즈 선택이 난관이다. 보통 여자들 팬티는 90(S), 95(M), 100(L)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데, 임부용 팬티는 사이즈도 달랐다. M(90-95), L(95-100), XL(100-105), 2XL(105-110) 이런 식이다. 응? 뭘 사야 맞는 거야? 특히 모르겠는 것이, 임신 전에 90 입던 사람을 기준으로 예를 들면, 이미 90을 못 입도록 배 부분이 답답해졌으니 95가 기준인 L을 사서 배가 나올 때까지 입으라는 것인지... 임신 전 사이즈 기준으로 M을 사서 입으라는 것인지... 그냥 사서 입어보는 수 밖에는 답이 없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 다르니, 누구 하나 시원하게 답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내 평생 팬티 하나 사면서 이렇게 고민해보긴 처음이다.


나는 임신 전에 입던 속옷을 기준으로 구매했다. 텐셀 소재가 수분 조절 기능이 있고 아주아주 부드럽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정말 천상의 부드러움이었다. 게다가 임신을 하고 나니 분비물이 많아져서 속옷도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데, 밑부분이 타월지로 덧대어 있어서 흡수가 빠르고 찝찝함이 덜했다. 배가 많이 나온 지금도 이 사이즈 속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데 조이는 느낌 없이 잘 맞는다. 배 위를 덮는 것이 아니라 볼록 나온 배 바로 아래까지만 덮는 형태라서 만삭 때까지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브래지어는 산전, 산후 모두 착용 가능한 스포츠형 수유브라를 샀다. 사이즈 고르는 것이 참.. M 아니면 L이라니. 그래 M. 나는 M이다. 오히려 브래지어가 사이즈 고르기가 더 쉬웠다.

이미지 출처 - 소★ 임부복 쇼핑몰

브래지어 입고, 나시를 덧입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나중에 나시처럼 생긴 심리스 브라탑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렇게 브래지어 대용으로 새로 구매한 것이 4벌. 막달 전에 뭐 특별히 살 것 없을 줄 알았는데, 임신 초기부터 속옷, 바지부터 일단 모두 새로 구입해야 하다니 예상하지 못했다. 이왕이면 출산 이후에도 입을 수 있는 것을 사려고 애썼는데 닥치면 어찌 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지금 산 이 옷들을 그때도 입고 있을지는 출산 후에 다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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