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디어'가 뭐였더라?
어린이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고민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에 겁이 났다. 한때나마 유아용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일이기도 했더랬다. 진심을 다해 만들었지만, 막상 유아용 콘텐츠를 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 시점이 오니 이상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해서- 유아용 영상 콘텐츠에 대한 양가감정의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영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가 남았다.
몇 가지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전에- 우리 집 여섯 살 꼬맹이의 미디어 생활을 회고해보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체에 대해 어떤 편견이나 선호도도 없었을 때부터 아이는 미디어를 접했다. 여섯 살이 된 지금에야 본인이 선호하는 콘텐츠, 캐릭터, 매체 등등이 있다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아이는 엄마인 내가 보라는 것을, 보라는 시간에, 보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았다. 그러므로 지난 5년간 아이가 어떤 미디어 생활을 했던가를 회고해보는 것은 엄마인 내가 아이의 미디어 생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미디어'가 뭐였더라?
내가 정의하고 있던 미디어는 뭐였지?
영유아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야기하고자 할 때 '미디어'의 범주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지?
표준국어대사전은 '미디어(media, 매체)'를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화, 텔레비전, 신문 등의 대중매체는 물론이고 카메라(사진, 동영상), 녹음기 등의 기록매체, 텍스트나 그래픽 등의 콘텐츠를 눌러서 사용자의 동작에 반응하는 대화형 매체(인터렉티브 미디어),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인쇄매체(책은 물론이고 잡지, 포스터, 전단 등), SNS, 인터넷, 스마트폰 등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까지 모두 포함된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불과 몇십 년 전의 일이고, 그 사이 미디어는 폭발하듯 그 개념과 범위를 확장해왔다. 귀족문화(혹은 양반문화)의 일부였던 책은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매체가 되었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은 누구나 원하면 어떤 정보에든 접근할 수 있도록 그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영상 콘텐츠를 아이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꺼려졌던 마음도 이 때문일 텐데- 그림책을 건네면서는 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걸 보면, 매체에 대한 개인의 생각도 모두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책이나 카메라(엄마, 아빠,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이 찍어주는 사진이나 동영상), 지나가다 만나는 광고, 좋은 놀잇감이 되어주었던 전단지 등등이 모두 아이의 미디어 생활안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으로 아이의 지난 5년간 미디어 생활을 회고해보려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기록해둔 바도 없고, 다 기억하고 있을 리도 만무하니 굵직굵직하게 정리해보아야겠다. (숨 고르기 좀 하고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