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미디어리터러시, 함께 고민해 보아요.
영화를 전공했고,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도 삼았었다만 내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일 앞에서는 멈칫하게 되었다. 이 멈춤은 '영상'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것이 가진 힘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미디어는 엄마인 내가 아무리 피하려 한다한들 피해지지 않았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카메라에 반응했고, 영상에 집중했다.
많은 육아서적에서 24개월 미만의 아이에게는 영상 콘텐츠를 보여주지 말라고 권한다. 실제로 24개월까지 육아서의 이 한 문장을 마치 금언처럼 지켜내는 엄마도 꽤 목도했다.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상당했다.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핑크퐁과 뽀로로는 떡뻥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고, 이미 그 맛을 본 아이와 엄마는 그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요즘에는 돌 이후에 상당수의 아이들이 기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한꺼번에 케어해야 하는 보육교사들은 미디어의 손을 또 한 번 빌릴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미디어를 보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한 자리에 앉아있으므로) 뽀로로나 핑크퐁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꼭꼭 씹어 밥을 삼키는 것조차 사치인 엄마들도 미디어의 힘을 빌렸다는 죄책감을 갖는다. (반대의 경우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이제 우리 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가 태블릿 pc를 보고 있다한들- 아이의 뇌 발달이 어쩌고 하는 낯선 이의 훈수는 더 이상 듣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 된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아이의 미디어 생활은 그 폭이 상당히(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해서- 이 공간을 빌어 영유아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의 흔적들을 풀어내 보려고 한다. 연구된 바가 많지 않고, 있다한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또 2021년의 영유아 미디어 경험은 2020년의 것과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읽으시는 분들의 자기 경험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고민을 하는, 같은 세대의 엄마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에게 지혜로운 미디어 생활을 열어줄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