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이의 옷에서 콘돔이 발견되었어요!
시대가 발전하고 미디어가 발전할 수록 아이들이 성(性)에 대해 눈을 뜨는 시점은 점차 빨라지는 추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이 많으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진료실에서 꽤 많은 10대 친구들을 접하곤 하는데요. 차라리 이렇게 산부인과를 내원하는 친구들은 아주 양호한 친구들입니다. 병원조차 오지 않는 사각지대의 아이들이 더욱 걱정이지요.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여러 성 착취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부모님들이 24시간, 365일 아이들을 따라다닐 수도 없는 실정이고요.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지요. 이 전제에는 모두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기사가 나왔어요. 고 3 아들 옷을 빨려고 엄마가 옷을 정리하던 중에, 아들 옷에서 콘돔이 발견된 거에요. 그래서 엄마가 너무 경악을 했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394136
마냥 귀여운 아기일 것 같았던 아들에게서 콘돔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물론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받아들여야 하고, 언젠가는 아이의 독립마저 완료해야 할 의무를 가진 존재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요즘은 '캥거루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자녀의 독립이 늦어지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가 되었잖아요. 이미 2차 성징을 겪는 시기부터 아이들은 성적으로 눈을 뜨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에 오히려 성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성적 발달이 없다면 제 시기에 일어날 것들이 발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지나치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성적인 관심이 있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균형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성적 관심과 행위, 그리고 본인의 학업과 생활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지를 잘 지켜봐 주세요. 균형을 맞추지 못해 괴로워 한다면 그 때는 부모의 도움과 개입이 필요한 때입니다. 몸은 성인처럼 컸지만 아직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시기니깐요.
청소년 시기에는 사춘기를 겪게 되요. 이 때는 어른이 되기 위해 인지 발달을 동반하며서 조직적인 사고 과정의 개발이 이루어 집니다. 그 때 성적 발달과 성 정체성의 형성은 자아 발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성행위의 시기는 물론 가장 이상적인 인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 시작되는 것이 좋겠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0대부터 시작되는 경우로 점차 그 시기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충격을 받아야 할 것은, 아이에게서 콘돔이 나왔다는 사실 보다는 이 아이에게 제대로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냐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되물어야 합니다. 여러 논문에서 우려하는 것은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10대 아이들의 성병 감염 문제라던가,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인간에 대한 성적 대상화(특히 여성) 등에 대한 문제들 입니다. 이는 이후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당사자들의 인생 또한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위의 기사를 읽고 저 역시 고민을 해 보던 중, 우리 나라 논문을 하나 찾았습니다. '청소년의 성허용성과 가족기능 및 부모와의 의사소통'이라는 제목이었는데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청소년의 성 행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2005년 연구로 좀 오래되긴 했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고 보편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의 긍정적인 성태도에는 부모의 지지적인 관심과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하며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청소년의 성위험 요인 예방에 주요한 요인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부모와의 역기능적 의사소통이 자녀를 비행청소년으로 만든다는 타논문의 결론과도 일맥상통하였고요. 가족간의 응집성이나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청소년 성허용성에 간접적으로 부적상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었더군요.
즉, 가정에서 부모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대화시간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부모와 자녀와의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청소년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바람직하게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도 크게 아이를 혼낼 일이 아니라 부모님이 일상적으로 아이와 함께 일상의 자리를 갖으면서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일상적인 일들로 풀어내고, 평상시에도 성교육과 경계교육이 일상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건전한 성발달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개방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가족기능을 목표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교육은 인성교육입니다. 내 아이의 경계와 상대방의 존중이 함께 포함된 성교육이 이루어 져야 하며, 반드시 피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남자 아이에게는 콘돔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콘돔 사용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바나나에 콘돔 사용법을 교육하려다가 논란이 되었던 일이 있었죠. 그에 대한 저의 칼럼을 덧붙입니다.)
저는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고3 친구에게 그래도 피임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대로 성교육을 해주고 싶어요. 물론 이 시기에 성관계를 권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성교육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인지 고민을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악이 넘치고, 아이들은 곧 그 세상에 맨몸으로 노출될 예정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만이 백신이 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적인 보호는 아이들을 절대 보호할 수 없는 법이죠. 과연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단단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일까요? 끊임없는 어른들의 고민과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534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