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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Apr 05. 2024

병원에도 온기가 돌기를 바라며.


  우리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다녀와서 툴툴 거리거나 아니면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refer해야 하는 경우에 나는 항상 환자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있다. 


  "교수님들은 매우 바쁜 분들이세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충분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십니다. 게다가 연구, 전공의/학생 교육, 중환 진료까지 엄청난 로딩을 감당하고 계신 분들이세요. 감정적인 공감을 너무 많이 바라지 마세요.  치료만 잘 되면 그걸로도 감사한 겁니다. 미국같은 데서는 이 비용으로 이런 실력의 의사들을 만나기도 어려워요."


  그러면 불평하던 환자들은 겸언쩍어 하면서 불평을 그만두고, 다른 refer해야 하는 환자같은 경우는 궁금한 것들은 내가 충분히 설명을 해드린다. 어짜피 우리 병원은 엄청 환자가 많은 바쁜 병원은 아니라서, 상담료를 좀더 받고 충분히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는 쪽으로 한다. 대학병원 교수님들이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너무 불만을 갖지 말라고. 


  공감이나 따뜻함은 나같은 작은 점빵을 운영하는 원장들에서나 가능하지, 대학병원이나 엄청 바쁜 대박 병원에서는 이런 수가나 지불 체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 또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전문가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그만큼을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에는 그런 지불 체계가 없다. 그러니 빨리 환자를 보고 다음 환자로 넘어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환자들에게 단시간 내에 온전히 이해시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료실의 딜레마는 언제나 나를 괴롭힌다. 매일이 이런 고민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일상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 일상이 파괴되면서 너무도 괴롭다. 내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이 충돌한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는 환자들을 설득시킨다. 우리 환자들만이라도 조금은 달라지기를 바란다. 내가 환자들을 위하는 만큼 그들도 따뜻함을 느끼고 의료진에게 베풀줄 아는 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병원이 적어도 덜 삭막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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